[기자의 눈] 평생직장 산은의 ‘엑소더스’…“흔들리는 경쟁력”
정금민 기자|2022/09/13 15:45
지난달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만난 한 직원은 내부 분위기를 이 같이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의지가 강한 만큼 당분간 탈출 행렬이 이어질 거라는 얘기였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 말까지 정년 퇴직자와 임금피크제 대상자를 제외한 총 38명의 직원들이 조기 퇴직했다. 7개월 동안에만 지난해 퇴직자수(31명)를 상회하는 규모가 산업은행을 떠난 것이다.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연평균 퇴직자수(32.6명)와 비교해도 높은 규모다. 조기 퇴직자 중 일부는 민간 금융사 이직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산은 내부에서는 갑작스런 인력 유출 문제를 산은 이전 추진과 연결 짓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도권에 둥지를 튼 인력들이 '이산가족' 신세를 면치 못하는 데다 업무 비효율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산은을 둘러싼 대내외 악재가 산적해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 심사, 대우조선과 KDB생명 매각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관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지방 이전만 밀어붙일 경우 국제 금융 경쟁력이 낮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금융 기업과 유관 기관들이 물리적으로 멀어질 경우 위기 대응 능력이 저하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원칙을 지키되 현실을 보듬는 묘수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