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유가 하락…정유업계 하반기 ‘빨간불’

中 석유재품 수출쿼터 확대 전망에
'싱가포르 정제마진' 올 최저치 기록
국제유가도 등락 거듭하다 하락세
업계 "하반기 실적악화 불가피할것"

이선영 기자|2022/09/20 06:00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국내 정유사들의 하반기 수익성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유업계의 호실적을 견인했던 정제 마진이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데다, 국제유가도 하락세를 보이면서다.

19일 정유업계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9월 둘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2.7달러를 기록했다. 전 주(8.4달러)보다 5.7달러 하락한 수준이며,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정제마진을 기록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운영비 등의 비용을 뺀 가격을 뜻하는데, 정유업계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통상적으로 배럴당 4~5달러가 손익분기점(BEP)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제마진이 급락한 건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 쿼터제의 확대 가능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발(發) 공급 증가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제마진 급락은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 쿼터 확대에 따른 공급 증가 우려 때문"이라며 "올해 마지막 수출 쿼터 예상 규모는 150만톤이었으나, 중국 정유사들은 추가로 1500만톤의 수출 쿼터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정유사들에게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16일 배럴당 85.11달러를 기록했는데, 지난 3월 8일 123.70달러를 기록한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가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정유사들은 해외에서 원유를 사온 뒤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제유가 변동성에 큰 영향을 받는다. 원유를 수입한 후 제품을 판매할 때 2~3개월의 시차가 발생하는데,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구매해둔 원유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석유제품을 비싸게 판매할 수 있다. 반대로 유가가 하락하면 원유를 비싼 가격으로 구입하고 저렴하게 석유제품을 판매해야 해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는 구조다.

실제 올해 상반기 정유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은 고유가와 정제마진 덕이 컸다. 올해 1월 첫째 주 5.9달러였던 정제마진은 5월 첫째 주 24.2달러까지 급등했다. 국제유가의 경우 연초 76.08달러였던 WTI가 100달러를 웃돌았다.

하지만 유가와 정제마진이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정유사들의 하반기 실적 전망에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1, 2분기 각각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S-OIL의 경우 3분기부터는 8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고유가와 정제마진 강세 덕분에 상반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최근 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약세로 하반기에는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