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엘리자베스 여왕의 마지막 여정 ‘밸모럴성에서 윈저성까지’

선미리 기자|2022/09/19 19:00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버킹엄궁 앞 거리에서 시민들이 지난 8일 서거한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추모하고 있다./사진=로이터 연합
70년간 영국 군주로 재임했던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 19일(현지시간) 거행됐다.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서거한 여왕은 전세계의 배웅 속에 열흘간의 장례절차를 거친 후 윈저성에서 영면에 들었다.

여왕의 서거 소식은 지난 8일 오후 6시 반 발표됐다. 지난해 가을부터 건강에 이상징후를 보였던 여왕은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를 만나고 이틀 뒤 밸모럴성에서 서거했다. 향년 96세.

10일 여왕의 큰아들 찰스 3세(74)가 차기 국왕으로 공식 선포됐다. 어머니에 비해 크게 인기가 떨어지는 찰스 3세는 각종 우려를 불식시키듯 대국민 연설에서 어머니의 유지를 받들어 영국 국민에 평생 헌신할 것을 약속했다.
여왕의 장례 절차인 일명 '유니콘 작전'도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1일 여왕의 관을 실은 운구차는 밸모럴성에서 출발해 스코틀랜드 수도 에든버러까지 6시간동안 작은 마을을 지나며 대중과 작별 인사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12일에는 에든버러 왕실 거처 홀리루드 궁전에서 로얄마일을 따라 이동했고, 같은 날 저녁부터 다음날 낮까지 성 자일스 성당에서 처음으로 여왕의 시신이 대중에 공개됐다.

13일에는 영국 왕실의 본궁인 버킹엄궁으로 돌아왔고, 14일에 다시 웨스트민스터 홀로 이동해 오후 5시부터 일반인 조문이 시작됐다. 조문 대기 줄은 템스강을 따라 8km 길이로 늘어섰으며, 조문객들은 여왕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위해 하루를 꼬박 길거리에서 지샜다. 전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조문을 위해 13시간 줄을 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8일 웨스트민스터 홀을 찾아 여왕을 조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왕은 어머니를 떠올리게 했다"면서 "70년동안 여왕과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고 언급했다.

일반 조문은 이날 오전 6시 30분에 종료됐다. 이후 오전 10시 44분 여왕의 관은 장례를 치르기 위해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이동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1953년 여왕이 대관식을 치르고, 1947년 남편 필립공과 결혼식을 올린 장소다. 장례식이 시작되기 전 웨스트민스터 사원에는 1분에 1번, 여왕의 생애에 맞춰 총 96번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11시 거행되는 장례식에는 윤석열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과 왕족 500명을 포함해 조문객 2000명이 참석했다. 오전 11시 55분 짧은 나팔소리가 울리자 전국에서는 2분간 여왕을 애도하기 위한 묵념이 진행됐고, 백파이프 국가 연주와 함께 장례식이 종료됐다.

이후 여왕의 관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떠나 하이드 파크 코너에 있는 웰링턴아치까지 천천히 이동하며 대중과 작별을 고한다. 그 동안 하이드 파크에서는 매분 예포가 쏘아 올려지고 빅 벤도 1분마다 울린다.

웰링턴 아치에 도착해 운구차로 옮겨진 여왕의 관은 최종적으로 여왕이 주로 지내던 윈저성으로 향한다. 오후 4시부터는 윈저성 내 세인트 조지 예배당에서 다시 8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소규모 예식이 치러진다. 그 뒤 관은 지하 왕실 납골당으로 내려가고, 오후 7시30분 왕실 일가만 모인 가운데 여왕은 남편 필립공 옆에 안치된다. 영국 정부는 70년간 애써온 여왕을 기리기 위해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