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중일 관계, 수교 50주년에도 회복 난망
신냉전으로 경색 더욱 고착될 전망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2022/09/2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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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현장의 분위기가 수교 50주년의 의미가 상당히 퇴색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일본이라고 별 다를 게 없다고 해야 하겠으나 중국 역시 과연 이날이 수교 기념일인지를 의심케 하기에 충분한 느낌을 풍기고 있는 것이다. 50주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형식적인 기념식 등이 아무도 모르게 열렸다면 말 다했다고 해야 한다. 이날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와 수교 50주년을 축하하는 축전을 주고 받았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가 아닌가 싶다.
양국 관계에 정통한 베이징 외교 소식통의 29일 전언에 따르면 사실 그럴 수밖에 없기는 하다. 무엇보다 양국은 상호 극과 극의 관계인 미국을 가운데 둔 채 거의 10년째 극단적인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당장 관계가 좋아진다면 이상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양국은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 영유권 문제, 역사 인식 등에서도 물과 기름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만 문제에 대한 인식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일본이 대만 유사 시 미국과 함께 개입하는 것은 거의 필연이라는 얘기까지 국제사회에서는 나오고 있다. 수교 50주년을 대대적으로 기념할 여건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고 단언해도 좋다.
현재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또 미국과 일본의 관계는 동맹이 아닌 주종 관계로까지 여겨질 정도로 밀착돼 있다.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수교 50주년이 무색하게 냉랭한 것은 분명 괜한 게 아니라고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