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다른 화재 사고…한상윤號, 공든탑 무너지나

취임 후 화재 사고 연이어 발생
4년전 '연쇄 차량 화재' 떠올려
BMW, 리콜 횟수 업계 1위 '불명예'
차주 집단소송에도 재판 지지부진
업계 "신뢰 회복 위해 적극 나서야"

박완준 기자|2022/10/05 06:00
한상윤 BMW코리아 대표는 EGR(엔진 배기가스 재순환장치) 결함에 따른 화재로 몸살을 앓던 지난 2019년 4월 '신뢰 회복'을 약속하며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하지만 최근 또 다시 세 건의 화재가 연이어 발생해 취임 후 3년 이상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앞서 한 대표는 취임 후 차량 품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고성능 'M 시리즈' 차량을 주력으로 수익성 개선을 꾀한 동시에 브랜드 이미지 회복을 위한 '내실 강화' 전략을 선택한 바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BMW 차량 세 대가 불에 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경남 창원시 한 도로를 주행 중이던 BMW 차량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해 전소됐다. 인천 서구 신현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도 주차된 BMW 차량도 불이 나 32분 만에 진화됐다.
BMW 차량 화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달 두 번의 화재 사건 이후 불과 11일 만에 또 경기 화성시 평택화성고속도로 광명 방향 향남IC(나들목) 부근을 주행 중이던 BMW 차량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이번 BMW코리아의 차량 화재는 4년 전 6개월 만에 41대가 주행 중 화재가 발생한 '연쇄 차량 화재' 사건을 연상시켰다. 당시 BMW 차량 화재 원인은 엔진과 연결된 질소산화물 저감장치인 EGR의 과열로 분석됐다. 하지만 원인에 대한 처리 방법이 잘못돼 차량 리콜만 반복된 실정이다.

이에 BMW 차주들은 잇따른 화재에 당시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집단소송을 나섰지만, 4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1심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형사 사건 재판의 1심 선고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손해배상소송(민사) 5건에 대해서도 '관련 재판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에 멈춰있는 실정이다.

재판이 4년 동안 지지부진한 사이에 BMW 차량 화재는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BMW코리아는 지난 2018년 차량 연쇄 화재 사건 이후 지난해까지 같은 원인으로 총 183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같은 기간 BMW코리아의 리콜 횟수도 2702건으로 가장 많았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BMW코리아가 ESG 과열 문제를 외면한 채 사실을 은폐·은닉하며 리콜만 시행해 2018년 이후 지난해까지 185건의 화재가 같은 원인으로 반복해 발생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업계는 한 대표가 4년 가까이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펼쳤던 전략이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한 대표는 취임 후 연쇄 차량 화재 사건으로 영업손실 4774억원을 기록한 BMW코리아를 지난해 영업이익 996억원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BMW코리아가 4년 전 연쇄 차량 화재 사건과 똑같은 문제를 다시 일으킬 시 떨어진 소비자의 신뢰도를 회복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자동차는 안전성이 가장 중요시되는 상품으로, 소비자 불안감을 가중시킬 수 있는 화재 사건이 또 다시 발생할 시 신뢰를 회복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BMW코리아는 차량 화재에 대한 원인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BMW 차량 화재 원인에 사측의 잘못이 없어도, 소비자들의 의심이 사그라들기 쉽지 않다"며 "원인 조사와 별개로 BMW코리아는 차량 화재 문제점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