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박시장 자신감 비결…2025년 생산공정 자동화 목표

[르포] SK넥실리스 5공장 가보니
축구장 12개 규모…5~6명이 관리
연간 5만톤 생산…세계 점유율 22%
북미 등 해외공장에 설비 적용 확대

박지은 기자|2022/10/13 06:00
SKC의 이차전지용 동박사업 투자사 SK넥실리스 관계자가 정읍공장에서 생산한 동박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제공=SKC
11일 전북 정읍시 북구에 자리한 SKC의 동박사업 투자사 SK넥실리스 5공장. 긴 복도를 따라 공장 끝에 도착하자 제박기 수십대가 천천히 회전하며 구리 막을 뽑아내고 있었다. 구리용해액에 전기분해를 가해 회전하는 드럼에 구리가 얇게 묻어나도록 하는 원리다. 이 얇은 구리 막이 2차전지 핵심 소재인 동박(銅箔)이다.

제박기는 한 번 작동을 시작하면 4~5일간 최대 77㎞ 길이의 동박을 1.4m 폭으로 뽑아낸다. 1~1.3m가량인 경쟁사 제품보다 넓은 폭이다. 핵심 기술은 균일한 폭으로 얇은 동박을 얼마나 길게 생산하느냐다. 드럼 회전 속도가 빠르거나 전극이 달라지면 동박에 주름이 지는 만큼 까다로운 분야다. 동박이 완성되면 노란색 자동무인운반차(AGV)가 제박기 앞으로 이동해 6톤짜리 동박 롤을 검사 공정으로 운반했다. 품질 검사는 인공지능(AI)의 몫이다.

이 모든 과정에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5공장은 지난해 조기양산에 성공했다. 동박롤 절단, 포장 과정까지 축구장 2개 크기만한 공장 내부에서 일하는 직원은 5~6명뿐이다. 5공장에서 동박 샘플을 분석실로 보낼 땐 자율주행 로봇이 출동한다. SK넥실리스 관계자는 "평소에는 3명 정도가 5공장 내부를 관리한다"며 "오는 2025년 동박 생산공정 자동화를 목표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공장은 SK넥실리스가 앞으로 세울 해외공장의 기준이기도 하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폴란드 스탈로바볼라는 물론 북미 공장에 이곳 설비를 적용해 빠른 양산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이재홍 SK넥실리스 대표는 "북미 쪽 동박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오는 2025년까지 투자를 계획대로 추진하려 한다"며 "4~6공장을 성공적으로 조기 가동했고 말레이시아·유럽에서 쌓은 역량을 바탕으로 북미에서도 조기에 완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1996년 세워진 정읍공장은 약 12만㎡(3만7131평), 축구장 12개 규모다. 동박공장 6개와 박막공장이 운영 중이며 동박의 연간 생산능력은 5만톤에 이른다. 전기차 150만~200만대의 배터리에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SK그룹 인수 후 2020~2022년 4~6공장이 문을 열면서 세계 시장점유율 22%를 기록했다.

한편 SK넥실리스가 주도해온 동박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했다. 롯데케미칼이 세계 4위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면서 동박 시장에 진입한 것이다. 박원철 SKC 대표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전쟁을 하고 있고 우리는 배터리 3사에 총알을 대는 입장"이라며 "롯데가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해 한국 배터리 시장을 지원한다는데 환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