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만원대 맛집 투어·자연 속 공짜 힐링..얇은 지갑 걱정 말고 떠나요

알뜰여행족 위한 실속여행지

김성환 기자|2022/11/08 10:39
부산 시장 투어 일번지인 국제시장. 거창한 이름처럼 없는 게 없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밥값, 택시요금…. 안 오르는 게 없는 요즘이다.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갈 때는 부쩍 가성비를 따지게 된다. 여행 계획 세울 때도 예외는 아니어서 기왕이면 실속 있는 여정에 마음이 끌린다. 한국관광공사가 11월에 가볼만한 여행지 몇 곳을 추천했다. 가성비 체크해보시라.

날마다 불야성을 이루는 부평깡통야시장/ 한국관광공사 제공
◇ 1만원으로 즐기는 부산 3대 시장투어

실속여행에 재래시장이 어울린다. 국제시장, 부평깡통시장, 자갈치시장은 이른바 부산의 3대 시장으로 꼽힌다. 곰삭은 시간의 향기, 애틋한 사연 품은 곳들이어서 가게들 사이를 누비는 재미가 쏠쏠한 데다 중구에 다 모여 있으니 시간까지 아낄 수 있다. 1만원으로 할게 제법 많아서 알뜰 여행자에겐 이만한 놀이터도 없어 보인다.
국제시장은 광복 이후 떠난 일본인이 남긴 물건을 거래하기 위해 형성됐다. 처음엔 도떼기시장으로 불렸다. 1950년대 미군 군수물자와 밀수입품이 흘러들며 국제시장이란 이름을 얻었다. 거창한 이름처럼 시장에는 없는 게 없다. 영화 '국제시장'(2014)에 나온 '꽃분이네'는 요즘 카페가 됐다.

길 건너의 부평깡통시장도 유서 깊다. 부평시장으로 불리다 한국전쟁 이후 각종 구호품과 미군 군수물자가 유통되면서 '깡통시장'이 됐다. 과일이나 생선 통조림이 많았기 때문이다. 국제시장이 만물상이라면, 부평깡통시장은 청과와 육류, 건어물 등 식재료, 의류, 잡화, 수입품이 주를 이룬다. 전국 최초로 개장한 부평깡통야시장도 볼거리다. 밤늦도록 갖가지 주전부리가 맛있는 냄새를 풍긴다. 자갈치시장은 더 이상 설명 필요 없는 곳. 활어를 비롯해 싱싱한 수산물이 가득하다. 시장 투어 시 팁, 온누리상품권이나 제로페이(모바일)를 사용하면 할인 혜택이 있다.

제천 '덩실분식'의 찹살떡. 1965년부터 판매됐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 1만9900원에 5가지 별미를...충북 제천 '가스트로 투어'

1만9900원으로 5가지 별미를 맛본다. 게다가 문화관광해설사가 지역의 흥미진진한 이야기까지 들려준다. 제천 가스트로 투어 얘기다. 2시간 동안 도보여행하며 제천의 이름난 5가지 음식을 맛보는 미식 프로그램이다. 참가비는 단돈 1만9900원. 음식은 대부분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치르는 것들이다. 매콤하고 칼칼한 제천 명물 '빨간오뎅', 1965년부터 판매됐다는 찹쌀떡(덩실분식), 민들레, 고구마, 콩, 은행, 대추 표고버섯 등을 고명으로 얹은 하얀민들레비빔밥(마당갈비), 면수가 일품인 막국수(상동막국수), 황기를 넣은 황기소불고기(대장금식당), 이연순 대한민국식품명인의 제천 한방떡 등이다. 참가인원은 4~20명. '제천시티투어' 홈페이지에서 예약 필수다.

제천 가면 관광택시도 기억하자. 5시간 동안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택시요금이 5만원. 4인이 이용하면 1인당 1만2500원 꼴. 토박이 기사가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보라빛이 이색적인 신안 '퍼플섬'/ 한국관광공사 제공
◇ 보라색 옷 입으면 무료...전남 신안 '퍼플섬'

3개의 섬을 한번에 걸어서 여행한다면. 이것도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가성비가 괜찮은 여정이다. 신안 '퍼플섬'에서 가능하다.

퍼플섬은 안좌도와 부속 섬인 반월도, 박지도를 통틀어 부르는 명칭이다. 보라색 해상보행교가 안좌도와 반월도, 박지도를 잇는다. 안좌-반월 간 문브릿지(380m), 반월-박지 간 퍼플교(915m), 박지-안좌 간 퍼플교 (547m)가 놓였다. 신안군은 2007년 안좌도와 박지도 간 다리를 놓았다. 반월·박지도에 많이 나는 도라지와 꿀풀 꽃, 콜라비가 보라색이라는 점에 착안해 두 섬을 퍼플섬으로 만들기로 했다. 다리도 보라색으로 단장하고 퍼플교라는 예쁜 이름을 붙였다. 포토 존과 해안일주도로를 조성했다. 이러자 알음알음으로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더니 마을호텔과 식당도 생겼다. 테마파크 같은 섬이라 입장료(성인 5000원)가 있다. 단 보라색 옷, 신발, 모자 등을 착용하면 무료다.

매동마을과 민박집 할머니/ 한국관광공사 제공
◇ 소담한 민박집서 하룻밤...지리산둘레길(전북 남원 월평마을-매동마을)

알뜰 여정에는 소박한 민박집도 고려대상이다. 전북 남원 월평마을과 매동마을을 잇는 지리산둘레길은 가을 산골 풍경과 촌부의 삶을 만나는 곳. 숲길을 걷다가 감이 주렁주렁 달린 마을 담장을 지나고 따끈한 민박에 머무는 일이 일상처럼 전개된다.

월평마을과 매동마을을 잇는 길은 대부분 지리산둘레길 인월-금계 구간(3코스)에 속한다. 길은 남천(람천) 따라 흐르다 숲과 고개 넘어 다시 마을과 이어진다. 매동마을은 지리산둘레길 여행자가 하룻밤 묵어가는 대표 마을이다. 민박에 머무는 데 4만~6만원 선(2인 기준), 산나물이 푸짐한 식사가 7000~8000원이다. '백만 불짜리' 풍경과 할머니가 내주는 막걸리, 대추와 사탕 한 줌, 함박웃음이 곁들여진다. 소박한 산골 여행으로 '치열한' 도시인의 마음은 지리산처럼 넉넉한 부자가 될 수 있다.

철원한탄강주상절리길(잔도)/ 한국관광공사 제공
◇ 해외 갈 필요 있나요?...강원 철원한탄강주상절리길(잔도)

철원한탄강주상절리길(잔도)은 한탄강 협곡 깎아지른 절벽에 위태롭게 매달린 길이다. 강원도 철원 군탄리 드르니마을(매표소)에서 갈말읍 순담계곡(매표소)까지 약 3.6km에 걸쳐 이어진다. 지상에서 20~30m 높이의 절벽에 지지대를 받친 후 덱을 깔았다. 폭은 1.5m로 두세 명이 간신히 교행할 수 있는데 강 건너편에서 보면 물길 쪽으로 툭 튀어나온 덱이 절벽을 힘겹게 부여잡고 있는 형국이다. 뭐가 그리 대수일까. 한탄강의 독특한 지형과 경관 명소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속한다. 이 길에선 화산활동이 만든 한탄강 일대의 독특한 지형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다.

결론은? 해외여행은 잠시 미루고 철원한탄강주상절리길을 걸어보자.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장쾌하고 이색적인 풍광이 펼쳐지는 것은 맞다. 비용은 딱 1만원(성인기준). 그나마 5000원은 철원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

창녕 우포늪의 늦가을 풍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 자연에서 '힐링' 비용 '0원'...경남 창녕 우포늪

창녕 우포늪 역시 큰 돈 들이지 않고 세계적으로 이름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 '람사르협약에 등재된 국내 최대 규모의 내륙 습지'라는 타이틀 하나로 우포늪의 가치는 충분히 증명된다. 그런데 입장료와 주차료가 없다. 만추(晩秋)의 우포늪은 한산하다. 먼 길 떠난 여름새의 빈자리를 겨울새가 아직 채우지 못했다. 이게 오히려 매력이다. 수묵화처럼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늦가을 풍경이 오히려 여행자의 마음을 넉넉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