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대출 이자 오르고 집값 떨어지고…‘하우스푸어’ 공포 확산

"이자 부담에 외식 겁나"… 영끌족의 눈물
10년 전 시장 상황과 닮은꼴
하우스 푸어 확산 재연 가능성도

정아름 기자|2022/11/11 06:00
최근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급증하면서 무리한 대출로 집을 샀다가 생활고에 시달리는 '하우스 푸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 = 정재훈 기자 hoon79@
2년 전 고심 끝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경기 과천시에 있는 전용면적 85㎡짜리 아파트를 산 40대 A씨는 요즘 속이 바싹 타들어간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크게 올라 이자 부담이 급증했는데, 집값은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어서다. A씨는 "집값은 살 때보다 2억원 넘게 떨어졌고, 매월 빠져나가는 대출 이자로 생활은 급속도로 악화됐다"며 "불어난 대출 이자 부담에 이젠 가족끼리 외식 한번 가는 것도 솔직히 겁난다"고 말했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하우스푸어' 이야기다. 하우스푸어는 집을 보유하고 있지만 무리한 대출로 인한 과다한 원리금(원금과 대출 이자) 상환 부담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대출 금리 상승과 집값 하락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사람들이다.

한동안 사라졌던 '하우스푸어' 문제가 최근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하우스푸어'라는 단어가 세상에 떠돌기 시작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부터였다. 집값이 정점을 찍었던 2007년을 전후로 과도하게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들이 주로 하우스푸어 덫에 걸렸다.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2012~2013년 하우스푸어는 그야말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한 것이다.
요즘 주택시장 상황도 10년 전과 여러모로 닮았다. 매수세 위축으로 거래가 끊긴 데다 잇단 금리 인상으로 '하우스푸어 공포'가 스멀스멀 확산하고 있다.

하우스푸어 확산 징조는 곳곳에 널려 있다. 우선 금리 인상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평균 금리는 약 1년 새 두 배 넘게 뛰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직전인 지난해 7월 주담대 금리는 연 2~3%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말 주담대 금리는 지난 9월 기준 연 5% 중반까지 치솟았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지난달 말 기준 연 7%를 넘어섰다.

금리 인상으로 주담대 금융 비용이 늘자 집값 선행지표인 매매량은 바닥을 기고 있다. 지난 9월 신고일 기준 전국 주택 매매량은 3만240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3% 줄었다.

특히 집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서울에서 매매량 감소가 두드러져 영끌족들의 고심은 커지고 있다. 이자 부담에 집을 내놓아도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아서다. 9월 서울 주택 매매량은 단 3388건에 불과했다. 전년 동기 대비 64.6% 줄었다.

매매량 감소로 집값은 하락세가 뚜렷하다. KB통계에서 10월 전국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중간값)은 4억7170만원으로 5억원 선이 붕괴됐다. 지난해 4월(4억7745만원) 수준으로 집값이 회귀한 것이다.

앞으로도 당분간 역대급 거래 절벽과 집값 하락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 억제를 위한 금리 인상이 잇따르는 데다 경기 침체와 그에 따른 매수세 위축이 불가피해서다.

'패닉 바잉'(공황 구매) 기류에 올라탔던 2030 영끌족은 한때 "벼락거지를 피했다"며 안도했지만, 지금은 집값 하락과 금리 인상으로 멘붕 상태에 빠진 상태다. 이러다간 하루 아침에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음도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금리 인상이 멈출 때까지 정부가 세금·대출·주택 규제지역 규제를 풀지 않는 한 하우스푸어는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주택 수요자는 집을 살 때 대출을 상환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