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 불법 폐기물 단속에 ‘나 몰라라’

이철우 기자|2022/11/10 11:05
A건설이 양산시 석계산업단지 내 지중화 사업장에서 발생한 혼합 건설폐기물을 전문처리업체에 적법 처리하지 않고 인근 상북면 야산에 불법으로 적치해두고 있다./제공=독자
창원특례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 건설사가 경남 양산시 석계산업단지 일원 지중화 사업 구간에서 발생한 혼합건설폐기물을 관할 행정당국의 허가도 없이 농지에 불법 야적해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10일 A건설 관계자에 따르면 이 사업은 한국전력 남부건설본부가 15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시행하고 있다. 길이 123m, 깊이 15m 규모로 지난해 12월 28일 착공에 들어가 내년 2월 11일 완공 예정으로 A건설이 시공하고 있다.

이곳은 한국전력이 석계산단 조성 당시 진입로 부분에 지중화 사업을 마무리했던 구간이다. 그런데 2년 전 발생한 산사태로 구간 내 지하에 있는 전력구(콘크리트)가 함몰되면서 수백톤에 이르는 건설폐기물이 발생하게 됐다.
한국전력은 지중화사업 재시공과 함께 A건설에 폐기물을 적법하게 처리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A건설은 이를 무시한 채 농지에 불법 적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폐기물이 불법 야적된 곳은 지중화 사업 인근 농지로 A건설이 땅 소유주와 2개월간 사용조건으로 계약서 작성과 함께 100만원의 사용료를 우선 지급한 게 확인됐다. 사용 기간은 지난 3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다.

A건설이 농지에 혼합 건설폐기물을 불법 적치하다 주민민원이 제기되자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해 덤프트럭에 상차하고 있다./제공=독자
이후 A건설은 폐기물 불법 야적에 따른 주민 민원이 제기되자, 그제서야 건설폐기물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양산시는 강력한 행정처분 대신 시공업체에 불법 야적된 건설폐기물만 적법하게 처리하도록 지시해 '고무줄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해당 부서 담당자의 휴가 등을 이유로 환경 훼손 현장을 방치하는 등 흔적 지우기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장 인근 주민 B씨는 지난 6~7일 이틀 동안에만 15톤 덤프트럭이 30차례 가량 드나들면서 약 450톤가량의 폐기물을 공사 현장에서 1㎞ 거리 떨어진 장소에 마구 버렸다고 주장했다. 취재진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현장에는 군데군데 철제가 박힌 콘크리트 덩어리 등이 흙더미와 함께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A건설 현장소장은 "건설폐기물이 야적된 농지는 양산시로부터 폐기물 적치에 따른 허가를 받지 않았다. 땅 주인이 사용해도 된다고 해서 사용료만 지불하고 흙과 뒤범벅된 폐기물을 분류하기 위해 야적하게 됐다"며 "이른 시일 내 농경지를 깨끗하게 원상복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에 보관 중이던 폐기물 대부분은 전문처리업체로 운반했고 일부 남아 있는 폐기물은 지중화사업 현장으로 옮겨 분류작업 후 정상적으로 처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양산시 자원순환과의 한 관계자는 "담당 팀장이 휴가중이고 차석은 코로나19로 자가격리 중이어서 상황 판단이 되지 않고 있다. 가급적 빠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