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기의 고려청자 만나볼까...국립중앙박물관 청자실 새단장
비색청자 아름다움 극대화시킨 몰입형 감상공간 '고려비색' 눈길
총 250여점 전시…중요 가마터 출토 조각 등도 선보여
전혜원 기자|2022/11/23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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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우(1916~1984)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고려청자의 비색을 "비가 개고 안개가 걷히면 먼 산마루 위에 담담하고 갓맑은 하늘빛"에 비유했다. 고려 비색청자는 한국 문화재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대명사로 널리 인식돼 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재인 고려청자의 참모습을 보여주고자 약 1년에 걸쳐 새로 단장한 청자실을 23일부터 공개한다.
'고려비색' 공간에는 비색청자 중에서도 비색과 조형성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상형청자 18점(국보 5점, 보물 3점 포함)을 엄선해 선보인다. 세계적인 예술품으로 평가받는 상형청자 18점이 한자리에 모여 전시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박물관은 '고려비색' 공간을 조성하면서 시각적 요소를 절제해 관람객이 전시품 감상에 몰입하도록 했다. 이곳에 들어서면 깊은 울림이 있는 음악 '블루 셀라돈'(Blue Celadon)이 나직이 펼쳐진다. 이 곡은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인 다니엘 카펠리앙이 작곡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몰입감을 선사하는 음악과 함께 상형청자의 뛰어난 조형성과 아름다운 비색에 온전히 빠져드는 특별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비색' 공간이 전하는 메시지는 아름다움에 대한 공감과 마음의 평온이다. 미술사학자 고유섭은 그의 저서 '고려청자'(1939년)에서 "고려청자는 화려한 듯하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따뜻하고 고요한 맛이 있다"고 평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 공간에서 관람객들이 비색 상형청자에 깃든 아름다움을 느끼고 마치 명상을 하듯 자신의 본모습과 마주하기를 바란다"며 "비색청자와 나 자신이 하나가 되는 새로운 예술적 감동의 시간을 보내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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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자기 제작 기술을 엿볼 수 있는 경기 시흥시 방산동 가마터 출토 조각, 고려 제17대 임금인 인종(재위 1122∼1146)의 무덤에서 나왔다고 전해지는 각종 공예품 등이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홈을 파거나 무늬를 새기고 그 속에 금, 은, 자개 등 다른 재질을 넣어 무늬를 도드라지게 하는 상감 기법을 활용해 화려함을 더한 청자 유물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전라북도 부안 유천리 가마터에서 수집된 상감청자 조각들도 전시된다. 이 상감청자 조각들에는 파초잎에서 쉬는 두꺼비, 왜가리가 노니는 물가풍경 등 자연의 모습이 묘사돼 있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고려청자는 우리 전통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라며 "청자의 본 모습을 느낄 수 있도록 전시실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점자 안내 지도, 촉각 전시품 등을 함께 설치해 취약계층의 접근성도 높였다.
새롭게 탈바꿈한 청자실은 상설전시관 도각공예실 3층에 위치하며, 연중 무료 관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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