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반정부 시위로 사상자 발생…고위층 연루 부패스캔들로 국민분노 격화

김민규 아스타나 통신원 기자|2022/12/06 08:56
몽골 최대의 부패 스캔들로 불거진 반정부 시위대가 5일(현지시간) 정부청사를 점거하자 몽골 당국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출처=반정부시위대 참가자 SNS
최대 부패 스캔들로 시작된 몽골 공화국 내 반정부 시위로 정부청사까지 점거되는 등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카자흐스탄 일간 텡그리뉴스에 따르면 석탄밀수 스캔들로 불거진 반정부 시위대가 시위 이틀째인 5일(현지시간) 정부청사를 습격·점거하고 수흐바타르 광장 중앙에 있는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에 불을 지르는 등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몽골 당국은 이날 오전 "석탄밀수 사건과 관련해 15명의 공무원이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며 국가 차원에서 중국 검찰과 협력해 조사 중이다"라고 밝히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시위대는 부패사건에 연루된 고위관료 이름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며 물러서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대통령궁 경호원 4명이 사망하고 시위대에서는 3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더 큰 유혈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에 격분한 시위대가 정부청사에 돌입해 일시적으로 점거하자, 결국 몽골 국회는 수도권 전역에 비상사태(계엄령)을 선포할 것을 오흐나깅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등 사태는 긴박하게 흘러갔다.
하지만 후렐수흐 대통령이 사항을 지켜보자며 비상사태 선포를 거부하자 시위대 분위기도 많이 가라앉았고, 이날 오후 11시를 기점으로 시위대가 자체 해산하기 시작하자서 경찰 또한 경계 태세를 낮추는 등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시위는 석탄밀수 사건에 대한 몽골 정부의 적극적인 해명이 있지 않은 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몽골 주재 미국 대사관은 "수백명의 시위자들이 법 집행관들에 의해 제지된 광장에서 모였으며, 시위대는 6일에도 시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도심에서 군중, 경찰의 주둔 등으로 혼란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현지 주재 미국인들은 대규모 시위에 대한 접근을 자제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중국 검찰의 적발로 세간에 알려진 몽골 석탄밀수 사건은 18억 달러(2조3000억원)에 달하는 650만톤의 석탄이 몽골에서 중국으로 불법수출되는 과정에서 다수의 몽골 정치인·고위관료 등이 비리에 연루된 사건이다. 몽골은 전체 석탄 생산량의 86%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올해도 몽골이 중국으로 수출한 석탄은 지난 9월말 기준 45억 달러(5조 8000억원)어치에 달한다. 이번에 적발된 밀수금액은 몽골 한해 수출액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로 몽골 최대 부패 스캔들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