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지역 대거 해제 한달… 수도권 집값 더 떨어졌다

경기·인천지역 아파트 거래량 64% 줄어
가파른 금리 인상에 수요자 부담 늘어
전문가 "대출 규제 더 완화해야"

정아름 기자|2022/12/13 17:13
정부가 수도권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한 지 한 달이 됐지만 주택 거래는 여전히 뜸하고 매매가격은 하락세가 더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이은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여파로 주택 구매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규제지역 해제만으로는 매매시장을 되살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거래 절벽을 해소하고 주택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대출 규제 완화 등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0일 서울과 경기 과천·성남(수정·분당)·하남·광명시를 제외한 전국의 모든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다. 효력은 같은 달 14일부터 발생했다. 규제지역 해제로 주택담보대출 제한이 완화되고, 전매제한·청약재당첨 기간 등이 줄어들었다.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인천 아파트 거래량은 224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동기(6250건) 대비 64.0% 줄어든 규모로 200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역대 최저치다.
경기·인천 아파트 거래는 6월 5317건을 기록한 뒤 7월 3808건, 8월 3834건, 9월 3507건, 10월 3674건으로 줄고 있다. 계약 후 30일 이내인 신고 기한이 남아 있지만,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 A공인 관계자는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자금 부담이 커져 버린 탓에 수요자들이 웬만한 매물은 쳐다보지 않는다"며 "시세 대비 가격을 확 낮춘 급매물이 아니고선 거래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 절벽 속에 아파트 매매값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기준으로 4주가 지난 시점인 이달 5일까지 규제 해제지역 대부분은 아파트값 하락률이 전국 평균치(-1.65%)를 웃돌았다.

의왕 아파트값이 3.42% 떨어져 지난달 14일부로 규제가 풀린 지역 중 낙폭이 가장 컸다. 부천이 -3.28%로 뒤를 이었다. 양주(-2.88%)와 군포(-2.87%)도 2% 후반대의 하락률을 보였다.

전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풀린 인천도 아파트값이 2.72% 내렸다. 이밖에 △안산(-2.54%) △김포(-2.43%) △시흥(-2.30%) △고양(-2.08%) △화성시(-2%) 등도 2%대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 아파트값 하락률(-1.65%)보다 낙폭이 적었던 곳은 △의정부(-1.58%) △용인(-1.30%) △평택·광주·여주시(-1.20%) 등에 불과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경기와 인천은 지난해 집값이 많이 올랐던 곳으로, 최근 시세가 떨어지더라도 여전히 가격이 비싸다고 느끼는 수요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천은 지난 한해 동안 아파트값이 24.51% 올라 전국 시·도 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기지역은 2위로 22.54%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상승률(14.10%)보다 훨씬 높다.

시장에선 잇단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이 큰 상황에서 규제지역 완화만으로는 거래 활성화 및 집값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는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어 일부 고소득자를 제외한 일반 서민들의 시장 진입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권일 부동산 인포 팀장은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를 풀더라도 DSR 규제가 남아 있어 거래 활성화 및 시장 연착륙에는 한계가 있다"며 "무엇보다 대출 관련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금리를 낮추는 게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