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병원, 몽골 찍고 카자흐스탄…국경 넘은 ‘사랑의 인술’

대형병원 비해 규모 작지만 사회공헌 담당 6명 전담, 소외계층·탈북민에 의료비 지원, 고려인 추모공원 조성

이경욱 기자|2022/12/21 14:00
경기도 남양주 현대병원은 대기업이나 대형병원에 비한다면 그 규모가 턱없이 작다. 하지만 사회공헌 담당 직원을 6명이나 둘 정도로 사회공헌 활동에 관한 한 대기업이나 대형병원 못지않게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병원의 본질인 의술을 바탕으로 이웃 보살피기에 나서고 있다. 이런 사회봉사 활동이 각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병원 직원 모두가 한 마음으로 사회공헌에 무진 애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국내 사회공헌 활동을 들 수 있다. 여타 병원과 마찬가지도 지역소외계층을 위해 의료비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건강보험 말소 상태이거나 과도한 비급여 항목으로 치료를 망설이는 이웃을 위해 남양주시복지재단과 '소외계층의료비 지원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의료비 지정기탁(5년간 2억원)을 하기도 했다.
탈북민의료지원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많은 탈북민들이 병원 시스템에 익숙치 않아 병원 방문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2019년 '탈북민 의료 지원센터'를 열었다. 탈북민과의 원활한 의사 소통 등을 위해 탈북민 출신 사회복지사를 전담 직원으로 배치했다. 간호사와 심리상담사가 탈북민 병원 방문 시 편안하고 빠른 진료를 도울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놨다. 탈북민을 위한 '한겨레학교'와 다문화가정 학생을 위한 '해밀학교' 학생 대상 건강 검진 무료 지원 사업도 2009년부터 펼치고 있다. 사할린 영주 귀국자 지정병원으로 선정돼 이들에 대한 의료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2015년부터 '사랑의 바자회'를 열어 수익금 전액을 저소득층 주거안정비용으로 기부하고 있다. 바자회에는 직원 모두가 참여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후원물품이 많아지고 규모도 커져 한 해 수익금이 3000만원을 넘긴 적도 있다. 수익금은 남양주시복지재단에 기부한다. 2016년과 2017년 바자회 수익금은 주거가 불안정한 이웃에게 임시 거처를 제공하는 '희망하우스'를 마련하는 데 사용됐다. 희망하우스에는 많은 불우이웃들이 거쳐갔고 지금도 호응을 얻고 있다. 2013년부터 매년 2차례 설과 추석 명절을 맞아 불우이웃 50가구에 한우 정육세트를 전달하는 일을 이어오고 있다. 김장철마다 김장김치를 100가구에 지원하고 있다.

몽골 의료봉사 활동
병원이 방점을 두고 있는 사회공헌 활동은 바로 해외 의료봉사다. 2009년부터 몽골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봉사를 꾸준히 진행해 왔다. 몽골인 330만명 중 절반은 수도 울란바토르시에 집중돼 있다. 당연히 의료시설 등이 울란바토르에 몰려 있다. 오지 거주자들은 당연히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었다. 맹장염이나 개방성 골절로 긴급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가 주거지 주변에 병원이 없어 이틀씩 기차를 타고와 수술을 받는다는 얘기를 듣고 낙후된 의료 사각 지역을 대상으로 과감히 의료봉사에 나서기 시작했다.

병원장 등 직원들은 초기 한 달에 한 번꼴로 몽골로 날아가 의료봉사 활동을 진행했으나 기다리는 환자들이 급증하자 아예 국내 의료진과 첨단 의료장비를 토대로 몽골 현대병원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덕분에 한 달에 한번꼴로 진행됐던 의료봉사 활동이 2주에 한 번꼴로 이뤄졌다. 국립 몽골외상센터와 협력을 통해 진료 및 치료의 효율성을 최대한 높였다. 몽골 현지에서 수술이나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의 경우 한국으로 초대해 무료 수술 및 재활 등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의료봉사팀은 2017년 초까지 매주 금요일 오전까지 국내에서 일하고 오후 비행기를 타고 몽골 현대병원으로 날아가 일요일 저녁까지 수술하고 월요일 오전 다시 복귀해 진료를 보는, 결코 쉽지 않은 의료봉사 활동을 10년간 진행해 왔다.

카자흐스탄 의료봉사 활동
2018년부터는 몽골 의료봉사 활동을 접고 대상지를 카자흐스탄으로 옮겼다. 81년 전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에 따라 척박한 땅으로 쫓겨나 생활을 이어가던 우리 조상(고려인) 17만명에게 주거지와 음식을 나눠줬던 카자흐스탄인의 은혜에 보답하겠다는 마음에서 카자흐스탄 의료봉사를 시작했다. 그런 이유로 봉사지도 고려인 최초 정착지 부근으로 정했다. 카자흐스탄 의료봉사 활동은 올해로 3회차를 맞았다. 그동안 3800여 명을 무료 진료했고 102명을 무료 수술했다. 특히 올해에는 고려인 마을 우슈토베를 방문해 의료봉사 활동을 진행했다. 고려인 학교를 찾아 카자흐스탄 학생 2명과 항일독립유공자 후손 학생 3명에게 각각 장학금을 전달했다.

의료봉사 활동과 병행해 지난여름 고려인 최초 정착지에 추모공원을 세웠다. 의료봉사팀이 처음 카자흐스탄을 방문했을 때 황량한 언덕에 홀로 서 있던 추모비를 보고 이곳에서 생을 마감한 고려인에게 좋은 안식처를 안겨드리고 후손들이 역사를 잊지 않도록 돕기 위해 추모공원을 만들기로 하고 무려 3년간 공사를 진행했다.

고려인정착마을 추모비
외국의료진 연수 사업도 빼놓을 수 없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7개국에서 120명의 의사와 간호사가 연수를 받고 본국으로 돌아가 의료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