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한파 덮친 ‘준강남’ 광명… “내년이 더 두렵다”

브랜드 대단지 철산자이·호반써밋 청약 성적 저조
내년 1만가구 대단지 분양 예정
미분양 사태 등 시장 침체 우려

정아름 기자|2022/12/28 17:10
'준강남' 지역으로 불리는 경기 광명시에서 청약 진행한 브랜드 단지들이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고금리와 집값 하락으로 위축된 주택 구매 심리가 청약시장까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광명시가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어 전매 제한 8년, 실거주 의무기간 2년 등의 고강도 규제를 받고 있는 것도 청약 성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내년에 광명지역에 분양 물량이 쏟아진다는 것이다. 가뜩한 침체한 시장에 미분양 물량이 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2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1순위 해당지역 청약을 진행한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철산주공 8·9단지 재건축 아파트)와 '광명 호반써밋 그랜드에비뉴'(광명 10R구역 재개발 아파트) 모두 순위 내 마감에 실패했다. 두 단지 모두 전 주택형의 분양가가 12억원 이하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도 청약시장 한파를 막아내지는 못했다.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는 930가구 모집에 902명만 청약통장을 던져 경쟁률이 0.96대 1에 그쳤다. 면적별로는 9개 주택형 중 2곳(59·84C㎡)만 1순위 해당지역에서 청약 마감했다. 다만 전용 59C㎡와 84C㎡는 모집 가구 수가 각각 4가구, 3가구로 적었다.

광명시는 투기과열지구에 속해 있어 모집가구 수의 500%까지 청약자가 들어와야 청약을 마감한다. 전용 59A·B㎡형은 공급 가구수 대비 청약 접수 건수가 절반도 못 미친 것으로 집계됐다.

전용 59A㎡형은 237가구 모집에 청약통장이 109개만 들어왔다. 전용 59B㎡형은 458가구를 모집했지만 청약자는 204명 뿐이었다.

철산주공 8단지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선호도가 높은) 전용 84㎡형의 경우 저층 위주로 일반 공급됐고 분양가가 낮은 것도 아니어서 청약을 준비했다가 포기한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 전용 84㎡형 분양가는 9억~10억원대로 인근 단지인 '철산 래미안 자이' 전용 84㎡형 실거래가(7억8000만원·11월17일 거래)보다 1억원가량 비싸다.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3804가구)보다 단지 규모가 작은 광명 호반써밋 그랜드에비뉴(1051가구)는 청약경쟁률이 더 낮았다. 이 아파트는 293가구 모집에 184명만 청약해 경쟁률이 0.62대 1에 그쳤다. 9개 주택형 중 청약을 마감한 곳은 전무했다.

전용 49㎡형은 71가구 모집에 14명만 청약해 경쟁률이 0.20대 1로 낮았다. 전용 39㎡형도 39가구 모집에 청약통장이 단 6건만 접수됐다. 전용 59B·74A·84A㎡형만 청약자가 모집 가구 수를 겨우 넘겼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시장 침체로 청약 수요가 위축된데다 내년에 광명지역에서 나올 물량도 많아 예비수요자들이 청약통장을 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내년에는 광명시에서 1만가구가 넘는 물량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광명시에서 분양 예정인 민영아파트는 총 7개 단지, 1만3626가구다. 광명2R구역(3344가구), 광명1R구역(3585가구), 광명 5R구역(2878가구) 등 재개발 단지에서 대규모 물량이 쏟아진다.

거래가 끊기고 집값 하락 등으로 미분양이 쌓이는 상황에서 공급 물량이 크게 늘면 주택시장 침체의 골은 더 깊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광명시가 내달로 예정된 규제지역 해제 대상에서 포함되더라도 시장의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가 부동산 시장을 강하게 억누르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규제지역 해제라는 호재도 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