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극우 행보, 팔레스타인·이란과 연속 마찰…블링컨 부담 속 방문

이란 군사시설 드론 공격 받아 '이스라엘 배후 추정'

이장원 기자|2023/01/30 16:32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9일(현지시간) 예루살렘 총리실에서 내각 회의를 소집해 발언을 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에 극우정권이 들어선 지 한 달 만에 이웃나라들과의 사이에 잠재하는 갈등의 뇌관이 차례로 터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유혈 충돌한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이란에 드론(무인기) 공격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

로이터 통신은 29일(현지시간) 전날 밤 이란 중부 내륙 군사시설에 대한 무인기 공격의 배후가 이스라엘로 추정된다는 미국 당국자의 말을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국 관리들이 이번 공격에 이스라엘이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국방부에 따르면 전날 밤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약 350㎞ 떨어진 이스파한주(州)에 있는 군사장비 생산시설이 자폭 드론 공격을 받았지만 이란군이 이를 요격했다. 큰 피해는 없었고 이란 정부가 특정 세력을 공격 주체로 지목하지 않았지만 일각에선 이스라엘이 배후에 있다는 말이 나왔다.
이스라엘의 공습이 사실이라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재집권한 이후 처음 나온 대(對) 이란 공격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스라엘은 외교로 이란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억제하지 못하면 이란 내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번 드론 사건은 이스라엘이 지난 26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인원과 주민을 사살한 뒤 동예루살렘에서 잇단 총격 사건이 발생해 이·팔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이스라엘은 국제사회가 반대하는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서의 유대인 정착촌 확대를 추진하겠다며 보복조치까지 발표했다.

때마침 이 지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으로, 이스라엘의 행보는 미국 정부에게도 상당한 외교적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네타냐후 정권이 팔레스타인에 한치의 양보도 없는 강경 일변도의 정책을 벼르고 있다며 당분간 보복의 악순환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이집트 카이로에 도착한 블링컨은 30일과 31일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임시 수도인 라말라를 찾아 이·팔 간 쟁점 현안에 관해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CEIP)의 애런 밀러 선임연구원은 블링컨 장관이 이번 방문 중에 생산적인 외교 해법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