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흥행 ‘보증수표’서 ‘애물단지’로…후분양 단지의 ‘눈물’

안양 '평촌 센텀퍼스트', 10% 할인 분양
부산 수영 '남천자이', 서울 마포 '마포 더 클래시' 등
두자릿 수 경쟁률에도 고분양가 논란에 계약률 저조
"자금 시장 경색 등 후분양 공급 규모 줄어들 것"

전원준 기자|2023/02/07 17:05
최근 공급에 나선 후분양 아파트 단지들에서 물량 털어내기 비상이 걸렸다. 후분양 단지는 빠른 입주 등 장점으로 부동산 활황기에는 큰 인기를 끌었지만, 요즘 같은 분양시장 침체기에는 청약 미달과 미계약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 침체가 지속될 경우 후분양 단지 공급 규모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7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경기 안양시에 위치한 후분양 단지인 '평촌 센텀퍼스트'는 최근 분양가를 10% 낮춰 입주자를 모집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초 1·2순위 청약 당시 1150가구를 모집했지만 고분양가 논란으로 350개의 통장만이 접수돼 0.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데 그쳐서다.

실제 평촌 센텀퍼스트는 2020년 당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3.3㎡당 1810만원의 분양가를 제시받았지만 사업 주체는 분양 수익을 높이기 위해 후분양 방식을 선택하고 3.3㎡당 분양가를 3211만원으로 정했다. 공정률 80% 이상에서 후분양을 하면 HUG의 분양보증 없이도 분양이 가능하다.
후분양 단지의 경우 수요자 입장에서 입주가 상대적으로 빠르고, 공정 과정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공사비 등 금융 부담 증가분이 분양가에 포함돼 분양가격이 높게 책정된다는 단점도 있다. 다만 부동산 활황기에는 선분양 대비 어려운 자금 조달 등 위험 요인보다는 수요 과다로 인한 기대 수익이 커 평촌 센텀퍼스트과 같이 일부러 후분양 방식을 채택하는 곳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자금 경색 및 미분양 속출 등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이러한 선택은 경쟁률 미달 및 할인 분양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후분양 아파트 단지인 '평촌 센텀퍼스트' 공사현장 모습./전원준 기자
심지어 청약 당시 두자릿 수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많은 관심을 끌었는데도 계약 당시 미계약이 속출한 후분양 단지도 있다. 부산 수영구 '남천 자이'와 서울 마포구 '마포 더 클래시'의 계약률은 각 37%, 49%에 불과했다. 이들 단지가 1순위 청약 당시 각각 53.7대 1, 17.7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업계에선 '남천 자이'와 '마포 더 클래시'의 3.3㎡당 분양가가 각각 3000만원, 4013만원으로 책정되는 등 지역 최고가를 찍었던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결국 이들 단지는 입주자를 구하기 위해 선착순 계약 및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단지의 분양 계약 결과가 추후 후분양 단지 공급 규모 감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자금 시장 경색 및 청약시장 한파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한 가운데 건설사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후분양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과거에는 건설사들이 고분양가 책정에 따른 고수익을 노리고 후분양에 나서긴 했지만 최근 들어선 자금 조달 환경이 어려운데다 기대 수요마저 마땅치 않는 등 위험 요인이 많이 남아 있다"며 "당분간 건설사들이 후분양 공급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