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청약 규제 확 풀렸지만… “시장 분위기 반전은 ‘글쎄’”

다주택자·타지역 거주자도 '무순위 청약' 가능
1주택자 청약당첨시 기존 집 처분 조건 폐지
투기과열지구 분양가 9억 넘어도 특공
규제 완화에도…"미분양 줄어도 양극화 더 심화될 듯"

정아름 기자|2023/03/01 17:23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건설현장 모습. /제공 = 둔촌주공 시공사업단
이달부터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에 다주택자도 거주지와 상관없이 참여할 수 있다. 부산과 대구, 광주 시민도 무순위 청약을 통해 서울 신규 분양 아파트를 살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또 청약에 당첨된 1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의무도 폐지된다. 아울러 투기과열지구 내 분양가 9억원이 넘는 주택도 특별공급 대상이 된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담은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령을 공포하고 즉시 시행에 들어갔다고 1일 밝혔다. 이는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여파로 크게 위축된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시장의 관심은 이번 청약 규제 완화로 분양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 여부다. 특히 이번 조치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무순위 청약에 다른 지역의 유주택자도 참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무순위 청약은 1·2차 청약에서 미달됐거나 당첨 포기 등으로 계약이 최소된 물량에 대해 다시 청약을 받는 제도다.
과거에는 해당 주택이 건설되는 지역에 거주하고 세대 구성원 모두가 무주택자여야만 무순위 청약 자격이 주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지역과 보유 주택 수에 상관없이 국내에 거주하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무순위 청약을 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로 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통장) 가입자가 줄고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자 이번에 무순위 청약 자격 요건을 없앤 것으로 보인다. 1월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773만9200명으로 지난해 6월(2860만명) 대비 7개월 만에 86만명 넘게 줄었다.

당장 이달 2일 취소 후 재공급하는 전남 순천시 '순천 한양수자인 디에스티지'와 울산 남구 '울산대현 시티프라디움' 등이 첫 '수혜 단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무순위 청약을 진행할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단지는 예비당첨자 선에서 계약되지 않은 소형평형 물량에 대해 오는 3일 무순위 청약 공고를 내고 8일 청약홈에서 신청을 받는다. 전용면적 29㎡ 2가구, 39㎡ 650여 가구, 49㎡ 200여 가구 등 총 850여가구가 '줍줍' 물량으로 나온다.

경기 안양시 '평촌 센텀퍼스트'와 광명시 광명10구역 '호반써밋 그랜드 에비뉴' 등도 무순위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무순위 청약 자격 요건 완화에도 침체한 시장 분위기가 반전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 대비 확연하게 낮지 않은 이상 무순위 청약 경쟁률이 눈에 띄게 올라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전국의 다주택자가 무순위 청약시장에 뛰어들면 미분양 물량은 다소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입지가 좋고 분양가가 적정한 단지에 수요가 쏠리는 양극화 현상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청약 당첨 1주택자의 기존 주택 처분 조치 폐지 등도 청약 열기를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중견 건설사 임원은 "현재 청약시장에서 흥행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분양가"라며 "분양가가 비싸다고 판단되면 청약 규제가 풀려도 분양을 받으려는 수요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약시장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서울 등 주요 지역으로만 수요가 몰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서울과 주요 수도권 지역 중에서도 인근 시세에 비해 분양가가 저렴하거나 입지가 우수한 곳은 기존 수요자 이외의 타지역 수요자나 유주자가 몰리는 반면 그렇지 못한 곳은 철저하게 외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여전한 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예전에는 미분양 주택을 취득한 경우 취득세를 감면해주거나 미분양 주택을 5년 보유했다 팔 경우 보유기간을 인정해 양도세를 비과세하는 혜택이 주어졌지만 지금은 이런 혜택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요즘 같은 시장 침체기에 다주택 보유자들이 분양시장에 뛰어들 이유가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