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매크로 티켓 사재기’ 금지한다는데…네이버 크림은 ‘티켓 리셀’ 시장 진출

거래 플랫폼 '티켓베이' 2대주주 등극
스포츠경기·뮤지컬·콘서트 표 재판매
9만9000원 티켓, 250만원까지 뛰기도
'부정판매 금지' 공연법 국회 통과 속
업계 안팎 "암표 매매 장려하나" 비판

장지영 기자|2023/03/08 07:00
네이버의 리셀(웃돈을 붙여 되파는 행위) 플랫폼 크림(KREAM)이 국내 최대 티켓 거래 플랫폼 '티켓베이'의 운영사인 팀플러스의 2대 주주에 올라서면서 업계 안팎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를 비롯해 공연업계 관계자들은 '티켓 리셀'은 옷·가방·신발을 되파는 일반적인 리셀과 다른 성격이고, 티켓 리셀 판매가 활성화될수록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엔 소비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들은 특히 국내 최대 온라인 플랫폼인 네이버가 티켓 리셀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에 투자를 단행한 것이 정부의 부정 판매 방지를 위한 노력을 수포로 돌리는 행위라고 비판한다.
◇ 네이버 손자회사 크림, '팀플러스' 2대 주주로 등극…크림 측 "전략적 사업 시너지 강화"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손자회사인 크림은 지난달 22일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팀플러스 주식 10만3500주를 지난 3일 취득했다. 취득금액은 43억7250만원이다.

이에 따라 크림은 팀플러스의 지분 43.13%를 보유한 2대 주주로 등극하게 됐다. 이번 결정과 관련해 크림 측은 "전략적 사업 시너지 강화"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고환율·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웃돈을 주고 제품을 되파는 리셀 시장이 침체되자, 네이버 측이 손자회사인 크림 측의 수익성 방어를 위해 신사업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크림이 지분 투자를 결정한 팀플러스는 티켓을 리셀로 사고파는 플랫폼 서비스 '티켓베이'를 운영하는 업체다. 티켓베이는 정가 이하로 티켓을 판매할 때를 제외하고, 티켓 판매자를 상대로 10%의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

일례로 최근 YES24에서 정가 9만9000원에 판매된 아이돌 그룹 엑소의 데뷔 11주년 기념 팬 미팅 티켓이 티켓베이에선 최고가 250만원에 재판매되고 있다. 이 거래가 성사된다면 티켓베이 측은 앉은 자리에서 24만원 가량의 수수료를 가져가게 된다. 콘서트뿐 아니라 스포츠 경기·뮤지컬 등의 티켓도 정상가보다 몇 배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는 이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지난달 27일 공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다량으로 사재기한 공연의 입장권·관람권 등의 부정 판매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동구남구을)실 보좌관은 "동일한 판매자가 계속해서 고가로 티켓을 되파는지 아닌지 등을 회사 측이 조사하고 투명하게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네이버 크림 측은 "아직까지는 법적 조항이 정리된 상태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법안 내용이 구체적으로 결정되면 이를 따를 것"이라면서 "팀플러스를 인수한 게 아니라 성장 가능성이 큰 플랫폼에 '투자'를 한 것일 뿐이고, 당장에 크림이 티켓으로 리셀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 전문가·공연업계 "네이버가 앞장서 '도둑이 정당하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하지만 관련 업계 종사자들을 비롯해 일부 전문가들은 공연계 암표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최대 플랫폼인 네이버가 암표 매매를 장려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티켓베이'의 2대 주주로 올라선 것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고문(동덕여자대학교 교수)은 "네이버가 '티켓베이'와 같은 회사에 투자함으로써 오히려 암표를 활성화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며 "암표 거래는 결국 정상적으로 예매를 통해 문화를 즐기려는 소비자들에 가장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네이버가 강조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S 평점을 깎아 먹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윤동환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회장은 "사용 기한이 정해져 있는 티켓은 프리미엄을 붙여 팔면 무조건 이득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리셀은 가격이 올라갈지, 내려갈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품에 투자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의 지분 취득은 정부의 부정 판매 방지를 위한 노력을 수포로 돌리는 행위로, 네이버 측이 앞장서 '도둑이 정당하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