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침체에 채권형 ETF 불티…‘1조 클럽’만 7개
SVB 사태로 금리 하락 전망
투자자들, 채권 매수에 몰려
물가 등 고려 신중판단 해야
설소영 기자|2023/03/14 17:56
1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채권 ETF 가운데 1월2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순자산이 1조원을 돌파한 상품은 총 7개다. 이 중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린 상품은 'KODEX 23-12 은행채(AA+이상)액티브 ETF'로 자산이 1월 9565억원에서 이달 1조4972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상품은 올해 12월 만기가 돌아오는 AAA 등급 특수은행채 및 시중은행채에 투자하는 만기매칭형 상품이다. 고금리 상황에서 안정적 이익을 거둘 수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KBSTAR KIS종합채권(A-이상)액티브 ETF'의 순자산도 같은 기간 7724억원에서 1조120억원으로 늘어나면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이 ETF는 신용등급 A- 이상의 국공채 및 크래딧 채권(또는 기업어음)에 주로 투자한다. 신용등급 A- 이상으로 구성돼 안정적이고, 국내 전체 채권시장 듀레이션과 유사해 전체 채권시장의 흐름을 반영한다.
이처럼 국내 투자자들이 채권형 ETF 상품으로 몰린 것은 고금리 환경에 따라 금리와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상품을 저가에 매수하려는 투자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영향으로 금리 상승보다는 금리 하락을 기대하는 전망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장기채권에 대한 투자자 수요는 더욱 늘고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채권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도 순매수를 이어간 만큼, 단기적으로 오르더라도 긴 호흡으로 장기채권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SVB 파산사태로 미국의 최종 기준금리 전망도 낮아질 것"이라며 "오히려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상 우려도 완화되는 만큼 이번 위기를 채권비중 확대 기회로 활용할만 하다"고 말했다.
반면 다음달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 직전까지 물가와 미 연준의 금리 인상 폭, SVB 사태 이후 금융안정 상황, 환율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지켜본 뒤 판단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박준우 KB증권 연구원은 "SVB가 겪은 금리 상승에 따른 자산가격 하락과 리파이낸싱 리스크, 그리고 자산의 장부가 평가는 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재평가로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 담보력이 저하되면서 자금조달 리스크는 더욱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