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가입은 이뤘지만…핀란드 총선 중도우파 승리에 마린 총리 실각

중도우파 국민연합당 승리…사민당 3위 그쳐
'최연소' 마린 총리, 경제정책 실패로 부정적 여론↑

선미리 기자|2023/04/03 15:22
2일(현지시간) 핀란드 총선에서 승리한 중도우파 성향 국민연합당의 페테리 오르포 대표./사진=로이터 연합
핀란드 총선에서 중도우파 성향의 국민연합당이 박빙의 차이로 승리를 거두면서 산나 마린(37) 총리의 연임이 물 건너갔다. 유럽 최연소 선출직 정상이라는 기록을 세운 마린 총리는 핀란드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에 주도적 역할을 했지만, 경제정책 실패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AP통신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치러진 핀란드 총선의 개표가 모두 이뤄진 가운데 국민연합당이 20.8%를 얻으며 제1당으로 올라섰다. 마린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의 득표율은 19.9%로, 극우 성향의 핀란드인당(20.1%)에 밀려 3위에 그쳤다.

이에 따라 각 정당은 총 200개 의석 가운데 각각 48석, 46석, 43석을 가져가게 됐다.
이날 페테리 오르포(53) 국민연합당 대표는 지지자들 앞에서 승리를 알리며 "총선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연합당 주도의 새로운 정부 구성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3개 정당이 각각 20%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단독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정당이 나타나지 않아, 국민연합당은 수일 내에 연정 구성 협상에 착수할 전망이다.

마린 총리도 국민연합당과 핀란드인당에 축하를 전하며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민주주의의 뜻"이라며 "비록 제1당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훌륭한 성과"라고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마린 총리는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함께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마지막 관문'으로 여겨졌던 튀르키예의 핀란드 가입 비준안이 가결되며 사실상 나토 가입을 확정 지었지만, 마린 총리의 연임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AP는 마린 총리가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파티 논란'과 과도한 재정지출로 부정적 여론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마린 총리는 사적인 자리에서 격정적으로 춤 추고 노래하는 모습이 담긴 영향이 유출되며 논란이 일은 바 있다. 아울러 2019년 마린 총리 취임 당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64% 수준이었던 부채 비율은 최근 73%까지 급증했다. 국민연합당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비용과 생활비가 급격히 늘어났지만, 마린 내각이 국가 경제 회복력을 개선하지 못했다고 비난해 왔다.

오르포 대표는 "경제 촉진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정부의 가장 중요한 문제"라면서 경제 회복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또 새로운 연정이 구성돼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벌어지는 끔찍한 전쟁을 용납할 수 없으며, 우크라이나 및 우크라이나인을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총선에서 중도우파인 국민연합당과 극우 핀란드인당이 약진하면서, 핀란드도 유럽의 '우향우' 대열에 합류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핀란드에 민족주의적 성향의 중도우파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핀란드 정치계에도 지형변화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핀란드 총선 결과는 최근 이탈리아와 스웨덴 선거처럼 오른쪽으로의 변화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날 치러진 불가리아 총선에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둔해온 극우정당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