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러 감정 높아지는 조지아…‘반 소비에트 기념일’ 맞아 곳곳서 親서방 시위

시위대, EU 가입조건 이행 및 사법개혁 촉구

김민규 아스타나 통신원 기자|2023/04/10 09:14
9일(현지시간)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에서 트빌리시 대학살 34주년을 맞이해 수천명이 모여 친서방 집회를 개최했다. <사진:시위 집회측>
최근 구소련 연방이었던 조지아(그루지아)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대규모 반러 시위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조지아 국영언론인 트빌리시노보스치지는 트빌리시 대학살 34주년을 맞이해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에서 수천명이 모여 반러·친서방 시위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현지언론 추산 5000여명이 모인 이날 시위에서는 '유럽과 함께 가자(Together for Europe)'는 슬로건이 등장했다. 시위대와 조지아 여당인 UNM은 미하일 사캬슈빌리 전 대통령 및 니카 그바라미아 야당성향의 언론사 음타바리TV 설립자의 석방, EU(유럽연합) 가입 조건 이행 및 사법·선거 개혁, 미국 제재 대상인 조지아 판사의 즉각해임 등을 요구했다.
특히 야당 UNM 대표인 레반 카베이쉬빌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조지아의 국익에 대한 위협이다"라며 사카슈빌리 전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이 고문당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EU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이라며 "(EU 가입을 위해서는) 사캬슈빌리 전 대통령의 조속한 석방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시위에 참가한 4대 조지아 대통령 기오르기 마르그벨랴슈빌리는 "우리는 조지아가 러시아의 지방이 아니라고 믿고 있다"며 "오늘 시위는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단결이자 러시아의 노예가 아닌 유럽 자유민이 보여주는 의지의 일부다"라고 말했다.

트빌리시 대학살은 1989년 4월 9일 당시 소련 연방국이었던 그루지아(조지아) 사회주의공화국의 수도 트빌리시에서 개최된 대규모 반-소비에트 시위 때 수천명의 달하는 군중이 조지아의 독립을 요구하자 이후 소련군의 강경진압으로 21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역사적 사건으로 이후 조지아 민족 독립의 시발점이 됐다. 오늘날 조지아에서는 국가 통일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2008년 남오세티야 전쟁으로 불리는 러시아·조지아 전쟁을 기점으로 반러 여론이 강한 조지아에서는 지난 3월 친러시아 성향의 집권당인 '조지아의 꿈'이 외국에게 자금을 지원받는 언론과 비정부기구(NGO)에 대한 통제법안을 추진하자 반러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해당 법안은 러시아가 지난 2012년 제정한 법률을 모델로 하고 있으며 당시 러시아는 외국기관대행법을 채택하고 해외로부터 자금지원을 받는 시민단체와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악용해왔다.

이에 반발한 수만의 시위대가 수도 트빌리시 의회 점거시도를 하는 등 시위가 격화됐고, 이를 제압하려던 경찰과 충돌해 양측에 사상자가 발생했다. 결국 무소속 살로메 주라비쉬빌리 조지아 대통령은 시위에 지지를 표명하며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입장을 밝히고 조지아 의회가 법안철회를 발표하면서 일단락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