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중국밀착 발언에 당혹스런 EU…“대만 현상 변경 반대” 선긋기

방중 후 마크롱 인터뷰 '뭇매'…EU "개별국 정상 발언"
13일 EU 외교수장 중국 방문, 대중국 메시지 발신 주목

선미리 기자|2023/04/12 14:49
11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를 찾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 미래 비전에 대한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AP 연합
중국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대만 문제 관련 발언에 대해 서방 곳곳에서 '외교 참사'라는 지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EU(유럽연합)는 '개별국 정상의 발언'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우선 당장 13일 중국을 방문하는 EU 외교수장이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는 평가다.

11일(현지시간) 에릭 마메르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문제가 된 마크롱 대통령의 인터뷰와 관련된 질의에 "개별국 정상 발언에 대한 별도 논평은 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전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으며, 특히 무력을 이용한 어떠한 현상 변경 시도에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혀 마크롱 대통령 발언과는 결을 달리했다.

이어 '중국의 인권침해 및 공세적인 대외정책'에 적극적인 대응을 예고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방중 직전 연설을 언급하며 "이것이 곧 EU 집행위의 정책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5~7일 사흘간의 방중 일정을 마치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에 대해 "유럽의 일이 아닌 혼란과 휘말려선 안 된다"면서 "유럽은 미국 혹은 중국의 입장을 추종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이는 마크롱 대통령이 이전부터 주창해온 EU의 '전략적 자율성'을 재차 강조한 것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안보 정세가 격변한 상황에서 시의적으로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양안관계 개입을 '내정간섭'이라고 주장하는 중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함께 중국을 방문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대중 메시지와도 충돌한 모양새가 됐다.

마코 루비오 미국 연방 상원의원은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이 유럽 전체를 대변한다면, 미국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럽의 반중 의원 단체인 '대중국 의회 간 연합체(Inter-Parliamentary Alliance on China·IPAC)'도 성명을 내고 마크롱 대통령이 대만해협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마크롱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서방과 중국 사이의 견해 사이에서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며 사실상 아무런 돌파구도 찾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프랑스 싱크탱크 전략연구재단의 앙투안 본다즈 연구원은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재앙"이라고 표현하며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프랑스의 '등거리 외교'에 대한 의구심만 증폭시켰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13~15일 중국을 방문해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친강 외교부장과 각각 회담할 예정이어서 이목이 집중된다.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이 유럽의 통일된 대중국 정책을 약화시켜 보렐 고위대표의 중국 순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국빈 방문차 네덜란드를 방문한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도 미중 패권 경쟁을 언급하며 유럽이 정체성을 보전하고 의존성을 줄여야 한다고 연설했다. 다만 이날 연설은 경제 안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대만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