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연금개혁 공포 후 첫 대국민 연설…노조 내달 대규모 시위 예고

"연금개혁 합의점 못 찾아 유감…노조와 대화 의향 있어"
야당·노조 "국민 분노 이해 못해…내달 1일 대규모 시위"

선미리 기자|2023/04/18 15:57
17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연금개혁법을 공포한 이후 TV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AFP 연합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하는 연금개혁법 공포 이후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직접 마이크 앞에 섰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마크롱 대통령은 15분간 TV로 방송된 대국민 연설에서 연금개혁법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알고 있다며 "수개월 동안 협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약 3개월간 지속된 대규모 연금개혁 반대 시위에 대해 "나를 포함해 그 누구도 사회 정의에 대한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며 노동조합과 대화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개혁은 모든 국민에게 연금수령을 보장하기 위해 필수적이었다"고 재차 주장했다. 이어 물가상승 등으로 경제상황이 어렵다는 국민들의 호소에 수긍한다면서도 "점진적으로 근로기간을 늘리는 것은 국가 전체의 부를 끌어올리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향후 100일 동안 교육·의료 환경을 개선하고 청소년 범죄와 불법이주 통제를 강화하는 등 프랑스를 위한 개혁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가 조만간 구체적인 로드맵을 공개할 예정이며, 프랑스 국경일인 7월 14일에 맞춰 첫 번째 성과를 발표할 수 있도록 개혁에 속도를 내겠다는 언급도 덧붙였다.

앞서 프랑스 정부가 국민적 반대에 직면한 연금개혁법을 '의회 패싱'까지 감행해 밀어붙이자 프랑스 국민의 분노는 극에 치달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연설을 통해 여론 달래기에 나선 모습이지만 야당과 노조는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며 노동절인 다음달 1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12년 만에 연합전선을 구축한 8개 주요 노조는 성명을 내고 "마크롱 대통령이 여전히 국민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하원 제1야당인 좌파연합 뉘프(Nupes)의 주축인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 대표는 "마크롱 대통령은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15일 한국의 헌법재판소 격인 헌법위원회가 연금개혁법안에 담긴 36개 조항 중 30개항이 헌법에 합치한다고 결정하자마자 마크롱 대통령은 법안에 서명했고, 바로 다음날부터 효력이 발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재선 1년여 만에 핵심 공약을 이뤄냈지만 '상처뿐인 승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약 4분의 3이 연급개혁법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 12일 발표한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올해 초보다 10%포인트 하락한 28%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