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스라엘·팔레스타인까지 중재…세계적 해결사 자임

분쟁 해결 시 미국 입장 상당히 난감할 듯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2023/04/19 14:48
중국은 지난달 10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장관을 베이징으로 불러들여 양국 관계 정상화 중재에 성공했다. 왕이(王毅) 정치국원 겸 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이 양국 외교장관과 악수하는 당시 모습./제공=환추스바오
중국이 철천지 원수 사이라고 해도 좋을 중동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회담 개최를 중재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세계적 분쟁 해결사를 자임하는 국가다운 행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성사가 된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중국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입장이 상당히 난감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의 자매지 환추스바오(環球時報)의 19일 보도에 따르면 친강(秦剛)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틀 전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 리아드 알-말리키 팔레스타인 외무장관과 각각 전화 통화를 가졌다. 대화는 그저 단순한 의례적인 것이 결코 아니었다.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친 부장은 우선 코헨 장관에게 "중국은 현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이의 긴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최우선 과제는 통제 불능 상태가 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전화 통화를 가진 목적이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도 제시했다. "양자 사이의 평화회담을 재개해야 한다. '두 국가 해법'을 이행하는 것이 해결책이다"라고 말한 것을 보면 진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두 국가 해법'은 1967년 이전의 경계선을 기준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각각 별도 국가로 인정하자는 구상이라고 보면 된다.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해결책으로 갈등 당사국들을 중재하려는 중국다운 제안이라고 볼 수 있다. 당연히 친 부장은 알-말리키 장관에게도 거의 유사한 건의를 했다.

중국은 지난달 10일 베이징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대표단을 초청해 양국 외교 관계 복원을 위한 중재에 성공한 바 있다. 미국의 기대와는 달리 상당한 외교적 존재감을 과시했다고 봐야 한다. 앞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위한 중재에까지 나서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의 중재 역시 이로 볼 때 상당한 성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현재 미국은 대중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를 기치로 내건 채 중국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EU(유럽연합)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정상들과 고위급 관료들이 지난달 말부터 대거 중국 방문에 나서면서 상황이 미국 의도와는 다르게 변해가고 있다. 이 와중에 이제 중국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의 중재에까지 나서고 있다. 미국이 당황하지 않는다면 이상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