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공정세정, 금액기준 과세원칙으로 구현해야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2023/06/12 20:00
|
'공평하고 올바르다'라는 뜻의 공정은 현 정부가 가장 중요시하는 원칙이다. 공정세정이란 소득과 재산이 많은 계층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조세의 수직적 형평성을 강조하면서 소득과 재산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세금을 내지 않는 조세회피를 막는 것이다. 공정세정을 구현하려면 먼저 과세당국은 금액기준 과세원칙을 지켜야 한다. 과세에는 다양한 기준이 있을 수 있는데 그 중에서 소득이나 재산금액을 기준으로 과세해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액기준을 지키지 않을 경우 소득과 부가 많은 계층이 상대적으로 낮은 세금을 내게 되면서 공정세정이 확보될 수 없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기는 쉽지 않다. 이익집단들이 과세제도를 결정하는 관료와 국회의원에게 다양한 논리로 로비해서 과세기준을 금액기준에서 다른 기준으로 변경하기 때문이다.
우리 과세제도에도 이러한 경우가 많다. 현행 주택과 부동산에 대한 보유 및 양도소득 과제제도는 보유주택 합산금액에 과세기준을 두지 않고 주택보유수를 기준으로 과세하고 있다. 고가의 1주택 보유자보다 저가의 다주택보유자에게 높은 과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세기준은 다주택보유를 억제하는 이득은 있지만 고가주택 보유자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세금을 부과해 조세의 수직적 형평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고가주택의 수요를 늘려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는 손실을 초래한다. 이러한 잘못된 과세기준은 자동차 보유세에도 있다. 환경을 위해서 자동차 금액보다 배기량을 기준으로 보유세를 부과해 고가 자동차 보유자가 혜택을 받으면서 조세의 공정성이 확보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정당국은 금액기준 과세원칙을 지켜 공정세정을 구현해야 한다.
저성장으로 세수는 줄어드는데 고령화로 복지수요가 늘어나면서 조세의 수직적 형평성과 공정세정의 중요성은 더해지고 있다. 재정당국과 국회는 이익집단의 로비를 극복해 과세기준을 금액기준으로 재정비하고 공제제도를 개선해 공정세정이 구현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