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證, 카뱅 지분 인수 시너지 본격화···몸집·수익↑

4000억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 단행
자기자본 8조원대…발행어음 한도 ↑
배당금·위탁매매 수수료 등 순익 증가

김성훈 기자|2023/06/18 18:00
지난해 말 계열사로부터 카카오뱅크 지분을 전부 사들인 한국투자증권이 인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자기자본 8조원대로 몸집이 커졌을 뿐만 아니라 카카오뱅크와 손잡고 있는 위탁매매 부문의 수익도 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자산·이익 증가로 한국투자증권의 지분법이익도 커지면서, 양사의 시너지가 본격적으로 확대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6일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1주당 5000만원인 신주 8000주를 모회사 한국금융지주가 전부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시에 쓰인 자금 조달 목적은 '운영자금'이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는 증자는 아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작년 말 카카오뱅크 지분을 현금 인수한 것에 대한 보상 차원의 증자"라며 "수익 다각화와 미국 등 해외 사업 강화에 자금을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와 계열사 한국투자밸류운용이 보유했던 카카오뱅크 지분 전부를 약 3조4000억원에 현금 인수했다. 당시 한국금융지주는 5000억원 상당의 지분을 갖고 있었고, 한국투자밸류운용의 보유분은 2조9000억원 상당이었다. 한국투자밸류운용은 지난 1분기 1조6700억원 규모의 배당을 통해 한국투자증권의 카카오뱅크 지분 확보를 지원했다.

이번 유상증자로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8조원대로 올라섰다. 올해 1분기말 기준 자기자본이 7조6100억원이었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종합투자계좌(IMA)와 부동산 담보신탁 업무가 가능하고, 발행어음 한도도 늘어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의 카카오뱅크 지분 인수 시너지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비단 몸집 확대 뿐만 아니라 지분법이익, 제휴 사업 등에서 실제 수익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카카오뱅크 지분법이익은 약 262억5200만원이다. 카카오뱅크의 자산과 순이익이 꾸준히 늘어난 덕분이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1분기 기준 자산총액은 40조원을 돌파한 46조8463억원이었다. 39조5161억원이던 지난해 말보다 18.54% 이상 커졌다. 1분기 당기순이익은 1018억5500만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52%나 증가했다. 작년 총 당기순이익의 40%에 육박하는 규모다. 16일 기준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지난해 말 인수 가격인 1주당 2만6350원보다 1.9% 가까이 떨어졌음에도 한국투자증권이 미소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카카오뱅크와 함께 하는 제휴 사업에서도 성과가 나왔다. 지난해 말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와 '국내주식 투자'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주식 투자' 서비스를 이용하면 카카오뱅크 앱에서 한국투자증권 계좌개설부터 증권거래까지 한번에 이용할 수 있다.

해당 서비스는 실제 한국투자증권의 위탁매매 수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한국투자증권의 올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2621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무려 171.5% 늘었는데, 리테일 부문의 개선이 전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브로커리지 부문 순영업수익은 692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8.9% 증가했고, 전체 위탁매매 수수료수익도 22.6% 늘어난 87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국내주식 수수료 수익이 676억원으로 크게 회복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들어 카카오뱅크 앱 내에서 발행어음 거래 서비스도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과거 토스뱅크를 통한 발행어음 판매에서 흥행에 성공했던 만큼 이번에도 높은 수요를 끌어낼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뱅크로부터 받는 배당금이 쏠쏠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3월 말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지난 2021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현금 배당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보통주 1주당 80원, 총 381억원을 배당하며, 시가 배당률 0.31%·주가배당금률은 1.6%다. 한국투자증권은 실제로 지난 1분기 기준 카카오뱅크에 대한 미수 배당금으로 103억6270만원을 책정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자본 확충·제휴 사업·배당 등에 더해 앞으로 시작될 토큰 사업까지 한국투자증권과 카카오뱅크의 시너지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3월 토큰증권 사업 협의체 '한국투자ST프렌즈'를 결성했는데,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가 파트너로 참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