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한국 정치의 막말을 등급 매긴다면
박지은 기자|2023/07/0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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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가 지난 1일 울산시당 워크숍에서 취재진과 만나 "(민주당이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쟁점 법안을 강행처리한데 대해) 마약에 도취 돼 오로지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면서 국민의 참사 마저도 정쟁의 도구로 악용하는 아주 나쁜 짓을 하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 비판한 것이다. 민주당이 매달 열린 임시국회에서 양곡법, 간호법, 노란봉투법 등 민생법안의 강행처리를 반복처리한 점을 마약에 도취됐다고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최근 사용하는 단어와 표현의 수위가 점점 높아진 데는 공감하지만, 민주당이 이를 강하게 비판하는 것은 동의하기가 어렵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포함해 각 상임위에서 활동하는 의원들의 '입'을 보며 들었던 당혹스러움이 남아있어서다.
지난 5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모욕 주는 일이 숨을 쉬듯 펼쳐졌다. 특히 양경숙 의원이 추 부총리에게 '입벌구'(입만 벌리면 구라)를 순화한 '입벌거'(입만 벌리면 거짓말)라는 단어를 쓰는 장면은 다소 충격적이기까지했다. 아무리 야당의 역할이 정부와 여당 비판이고 여기에 충실했다 하더라도 국회의 수준이 이 정도인가 귀를 의심했다.
어제만해도 임종성 민주당 의원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규탄' 범국민대회 집회에 참석해 "똥을 먹을 지언정 후쿠시마 오염수는 먹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임 의원의 강력한 의지 표현이라지만 듣기에도 보기에도 불쾌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최원일 전 천안함장에게 찾아가 사과 했지만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의 천안함 막말도 기억에 생생하다. 권 수석대변인은 최 전 천안함장을 향해 "부하들 다 죽이고 무슨 낯짝으로"라는 발언을 쏟아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 일어난 장면들만 복기해봐도 김 대표의 '마약 도취'나 '불치의 병'이 막말의 등급에나 포함되는걸까 의문이 든다. 우리 정치의 막말 수위를 끌어올린 이들이 누구인지는 국민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