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ㅇ | 0 | 신국립극장 도쿄의 오페라 '라 보엠' 중 한 장면. ⓒ Masahiko Terashi /제공=신국립극장 도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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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신국립극장 도쿄(New National Theater Tokyo, 이하 NNTT)는 25주년을 맞이해 지난 1년간 선보인 레퍼토리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이제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8일까지 공연된 오페라 '라 보엠'은 NNTT의 25주년 프로그램의 마지막 오페라였다.
'2022-23' 시즌에 걸쳐 선보인 25주년 레퍼토리에는 새로운 프로덕션과 의미 있는 재 공연작이 번갈아 포함됐는데 이번 오페라는 2003년 초연된 작품을 이번에 다시 무대에 올린 것이다. 20년 전 프로덕션을 공들여 다시 재현할 수 있는 NNTT의 저력이 새삼 놀라웠다.
이번 '라 보엠'은 NNTT의 예술감독인 오노 카즈시가 지휘를 했고, 일본의 저명한 오페라 연출가 아구니 준이 연출을 맡았다. 아구니 준은 2003년 프로덕션의 연출자였지만 오노 감독의 지휘로는 이번이 처음이므로 2003년과 완전히 똑같은 작품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노 감독이 이끄는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비교적 느린 템포로 연주됐다. 평소 듣던 속도보다 여유롭게 전개되는 음악이 처음에는 다소 느슨하게 여겨졌지만 뒤로 갈수록 진한 서정성이 느껴졌다. 마치 푸치니가 그린 음표를 하나하나 새겨 넣듯 정교하고 섬세하게 세공된 음악은 무대와 극장 전체를 감싸며 영롱하게 울려 퍼졌다. 또한 음악이 성악가의 연기와 세밀하게 맞아 떨어져 작품을 감상하는 내내 듣고 보는 즐거움과 안정감을 동시에 즐길 수 있었다.
| ㅇ | 0 | 신국립극장 도쿄의 오페라 '라 보엠' 중 한 장면. ⓒ Masahiko Terashi /제공=신국립극장 도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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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의 성악가도 오케스트라와 좋은 조화를 이뤘다. 테너 스테판 코스텔로는 몇 년 전 '나비부인'에서 핑커톤으로도 출연한, NNTT가 선호하는 성악가다. 이날도 1막의 아리아 '그대의 찬 손'을 화려한 음색과 안정된 호흡으로 완벽하게 노래했고 절절한 연기력으로도 로돌포를 훌륭하게 표현했다. 미미 역의 알레산드라 마리아넬리는 청순함과 풍성한 볼륨을 겸비한 소프라노였다. 그 역시 '내 이름은 미미'를 비롯한 3막의 아리아 '행복했던 시절이여 안녕' 등을 유려한 프레이징(연주 때의 악구 나누기)과 호소력 짙은 가창으로 들려줬다.
이밖에 무젯타 역의 소프라노 발렌티나 마스트란젤로, 콜리네 역의 베이스 프란체스코 레오네 등도 제몫을 다했다. 그리고 신국립극장 합창단과 도쿄 FM 소년 합창단 등 2막 무대를 꽉 채운 합창단도 매끄러운 연주 실력과 연기를 보여줘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에 비해 마르첼로 역의 바리톤 수도 신고의 노래가 약하게 들렸던 것은 옥에 티였다. 일본의 대표적 오페라 가수인 수도 신고는 여전히 좋은 연기력과 표현력을 보여줬으나 이날은 선명하지 않은 발성으로 마르첼로의 음악적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 2023LaBoheme_Terashi_4044_DS8_1292 | 0 | 신국립극장 도쿄의 오페라 '라 보엠' 중 한 장면. ⓒ Masahiko Terashi /제공=신국립극장 도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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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구니 준의 무대는 매우 기본에 가깝고 고전적이었다. 로돌포의 다락방, 카페 '모뮈스', 눈 내리는 여관 앞 등등 전통적 라 보엠 무대의 정석과도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무대장치나 설정에 있어서 새로울 것은 없었다. 그러나 연출가는 소품이나 의상 등 많은 부분에서 철저한 고증으로 시대적 분위기를 듬뿍 살렸다. 예를 들어 화가 마르첼로가 작업하던 그림이 그때 유행하던 인상주의 화풍을 보여주고 있었다거나 번화한 크리스마스이브의 파리 거리 등등 많은 부분에서 푸치니가 추구했던 동시대 오페라의 사실성을 살리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미미는 프랑스 화가 제임스 티소의 회화에 등장하는 여성 그 자체로 표현됐다.
최근 오페라를 감상하면서 레지테아터(연출가 중심의 무대)의 경향이 지나쳐 피로감을 느낄 때가 종종 있었다. 연출의 의미를 해석하기에 분주하고, 음악과 따로 노는 설정을 체념하듯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원작과 음악에 충실했던 NNTT의 이번 '라보엠'은 그런 이유에서 더욱 반가웠다. 성실하게 걸어온 신국립극장 도쿄의 사반세기를 마무리하기에 흡족한 공연이었다.
/손수연 오페라 평론가·단국대 교수
전혜원 기자
summerrain@as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