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나도 몰라요”…화재알림설비 있으나마나
'화재알림설비' 시행 6년…고장난 채 방치
이상 표시등·배터리 저전압 등 작동 불능
시장 상인들, 설치 여부 자체도 알지 못해
설소영 기자|2023/07/1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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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화재알림설비는 전국 534개 시장에 5만7236개가 설치돼 있다. 2018년 중소벤처기업부가 화재 초기 진압 등 즉각적인 대응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한 뒤 점포당 80만원, 총 350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됐다. 올해도 39억원이 배정됐으며, 국비 70%·지방비 30%의 비율로 각각 부담한다.
전통시장은 상대적으로 여러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특히 노후화된 전기선으로 인한 화재 발생 빈도가 높다. 지금까지 발생한 시장 화재 중 약 46.4%를 차지할 정도다. 2016년 460억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대구 서문시장 화재 사건도 그 중 하나다. 이곳은 100여년간 여러 차례 크고 작은 화마와 싸워야 했다.
경기도 수원의 한 시장에서 20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새벽에 식자재를 정리하러 나왔는데 내부에서 연기가 새어 나오는 걸 발견했었던 적이 있었다"며 "휴대전화 알림도 오지도 않고 (화재알림설비가) 무용지물이라고 느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 상인들은 화재알림설비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기름집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기름과 불을 다루고 있어 화재 사고에 민감한 편인데도, 화재알림설비라는 게 있는 줄은 몰랐다"며 "잘 작동하기만 한다면 화재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전통시장 화재 예방 및 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하면서 화재알림설비에 대한 화재 안전 성능·기술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무선 기반 화재알림설비의 기술기준을 마련하고, 기존에 설치한 설비는 인증제품으로 교체하도록 지침을 마련해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전통시장 내 화재알림설비에 대한 점검 등을 수시로 할 예정이지만, 교체는 예산이 한정돼 있어 직접 신청한 시장에 한해 확인 후 진행할 예정"이라며 "중기부, 소상공인진흥공단과 함께 추후 유지 및 보수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