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고속도로 예타안 종점 찾은 국민의힘…“이대로면 道 머리에 이고 살아야해”

오는 17일 국토위 전체회의 앞두고 與 의원들 현장방문
예타안 종점(양서면) 인근 마을 이장들 한 자리에
"여기서 정치 얘기 하지 마세요, 일단 재개가 먼저"
답답한 주민들, 국민의힘 의원들 향해 호통치기도

박지은 기자|2023/07/14 15:38
양서면 마을 바로 옆에 자리한 30~40m 높이의 중부내륙고속도로 교각. 이곳에 서울~양평고속도로 분기점이 들어설 경우 교각 4개가 추가로 더 들어서게 된다./박지은 기자
양평군 양서면 대아교회 앞에 늘어선 현수막./박지은 기자
14일 경기 양평군 양서면 대아교회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과 양평군 관계자, 인근 마을 이장 30여 명, 취재진으로 가득했다.

이곳은 서울~양평고속도로의 예비 타당성 조사안 종점으로 30~40m 높이의 중부내륙고속도로 교각이 우뚝 서 있었다. 예타안대로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서울~양평고속도로가 이 곳에서 연결된다면 마을 한 가운데에 교각 4개가 더 세워질 예정이다. 양서면 청계 2리 이장 박모씨는 "지금도 소음과 분진 때문에 민원이 발생하는데, 여기에 교각이 더 세워진다면 우린 이주해야 한다. 도로를 머리에 이고 사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토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전진선 양평군수와 이상화 동해종합기술공사 부사장으로부터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노선을 변경한 이유를 청취했다. 동해종합기술공사는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대안 노선을 국토교통부에 보고한 민간 설계업체다.
이 부사장은 "서울~양평고속도로 타당성 조사를 수주하고 현장조사를 통해 4가지 쟁점을 찾았다"며 "지역균형발전·기술·환경·교통량 측면에서 양서면보다 더 나은 조건을 찾다보니 강상면 종점을 검토하게 됐다"고 말했다. 양평군 내에 나들목(IC)을 마련해 달라는 지역 요청, 상수원 보호구역과 철새도래지를 훼손하지 않는 위치, 도로공사의 기술적 난이도, 교통량 흡수 등을 모두 고려한 것이다.

전진선 양평군수도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을 둘 수 있는 공간은 양평IC부터 남양평IC까지 약 10㎞ 길이인데, 양서면은 기술적으로 어렵고 그 밑으로 갈수록 교량과 강, 늪지, 마을, 터널이 이어진다"며 "기술적으로 강상면이 어떠한지 검토하는 단계였다"고 설명했다. 전 군수는 예타안과 타당성 조사 결과가 달라진 이유에 대해 "양평군민들도 예타안을 만들 땐 통과만 생각했을 것"이라며 "구체적 노선이 어디로 갈지는 본타당성 조사 때 정해질 거라고 생각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상화 동해종합기술공사 부사장이 14일 경기 양평군 대아교회에서 종점 변경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박지은 기자
양서면 주민들은 열흘가량 이어진 논쟁에 예민한 분위기였다.

도공리 이장 김원종씨는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양서면 종점이) 이렇게 문제가 많으면 애초에 1~2위 하는 회사에 (용역을) 줬어야지, (예타안을) 엉터리로 한 것 아니냐"며 "엉터리로 예타안 통과시켜 놓고 이렇게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발언이 끝나자 참석자들이 "옳소! 옳소!"라고 동의를 표하기도 했다.

일부 주민들은 양서면에 고속도로 종점이 설치된다는 데 강하게 반발했다. 한 주민은 "예타안대로 하자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우린 궁금하다"며 "강상면에 종점을 두는 것에 찬성한다. 하지만 여전히 6번 국도는 막힐테니 다리를 하나 더 놔서 '강하IC'와 양서면을 연결하면 양수리가 덜 밀리지 않을까 싶다.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국토위 국민의힘 간사 김정재 의원 발언 때도 고성이 터져나왔다. 김 의원은 "민주당에서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이 윤석열 정부 들어서 갑자기 변경됐다, 변경된 이유는 김건희 여사 일가에게 특혜를 주기 위함이라는 주장을 펴면서 정쟁화됐다"며 "민주당이 제기하는 가짜뉴스, 거짓 선동을 정리하지 않고서는 이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은 가짜뉴스가 정리되면 얼마든지 진행하려 한다"며 "양서면으로 (고속도로 종점이) 오는 것을 반대하시냐"고 물었다.

그러자 한 참석자는 "양서면에도 여러 의견이 있다. 양서면에서는 반대한다고 하지말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 의원이 "이 노선은 국회의원들이 정하는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이 참석자는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며 "그런데 왜 와서 정하려고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이 "주민들은 우리 마을에 가장 좋은 노선을 만들어달라는 게 의견인데, 민주당 주장은 윤석열 정부가 바꿨다고 주장한다"고 재차 설명하자 이 참석자는 "이 문제를 정치성향 갖고 이야기하지마라. 사실관계는 지금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라고 화를 냈다. 언성이 높아지자 김선교 당협위원장(전 의원)이 나서서 이들을 말리기도 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재추진이 우선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여기서 더 동조하고 논의할 필요 없다. 전진선 군수님이 앞서서 힘써주시고 계신데 사업 복원(재추진)이 먼저다"라며 "1안, 2안 갖고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일침을 놨다. 발언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네가 가장 똑똑하다'는 격려가 나왔다.
14일 오전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타를 통과한 원안 노선의 종점인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에 위치한 대아교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마을 이장 간담회에서 김정재 간사가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경기 양평군 양서면 대아교회에서 열린 보고에는 김 의원을 필두로 김학용·박정하·서일준·정동만·엄태영 의원과 전 군수, 김선교 국민의힘 여주·양평 당협위원장이 참석했다. 김 의원은 "전체회의를 앞두고 양평고속도로 관련 현장 주민 목소리를 청취했다"며 "17일 회의에서 주민들 의견, 전문가들 자세한 설명을 반영해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양평고속도로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에 대해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했는데 윤석열 정부에서 갑자기 변경했다고 하는 건 가짜뉴스"라며 "민주당은 할 말이 없으면 국정조사, 특별검사를 주장한다. 이제는 멈춰야 한다"고 질타했다.

박정하 의원은 "국정조사를 하려면 기간, 범위, 대상, 명칭까지 논의 시간이 수개월이 걸린다"며 "여러가지 일들이 객관화되고 있는데 국정조사를 하면 고속도로 사업의 향방이 몇달간 또 표류할 수 있다. 민주당이 정쟁을 오래 끌기 위해 내놓는 술책"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