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 미군 이병, 지난해도 기지 무단 이탈, 기지·미국 귀환 거부

ABC "월북 킹 이병, 지난해 문산 캠프 보니파스 이탈"
"기지, 미국 귀환 거부"
"수색병, DMZ 넘는 위험 인지했을 것"
WSJ "관심병사 관리 허점"
"호송병, 세관까지 동행...킹, 여권 없다며 공항 탈출 가능성"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2023/07/23 05:14
월북한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 이등병./로이터·연합뉴스
월북한 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이 과거에도 주한미군 기지를 무단으로 이탈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ABC방송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리들을 인용, 킹 이병이 지난해 9월 4일에도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캠프 보니파스를 이탈해 40km 떨어진 의정부에서 발견됐으나 기지나 미국으로 귀환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킹 이병은 당시 미군 기갑부대 수색병으로 근무했다. ABC는 킹 이병이 수색병이고, DMZ에서 가까운 캠프 보니파스에서 복무했기 때문에 DMZ를 넘는 위험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관리들이 말했다고 전했다.

캠프 보니파스는 2006년까지 미군이 관할하다 한국에 반환됐으며 비무장지대(DMZ)에서 남쪽으로 400m, 군사분계선(DML)에서는 남쪽으로 2400m인 문산읍에 있으며 육군과 주한미군이 함께 근무한다. 이 기지에는 판문점 지역 경비를 맡는 한·미 공동 경비 중대도 배치돼 있다.
미국 정부는 킹의 월북 이후 복수의 경로를 통해 북한 측에 킹 이병의 소재 및 안위 파악을 위한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어떤 응답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전날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애스펀 안보 포럼에서 "우리는 그의 안부를 매우 우려한다"며 "그의 행방을 알고 싶고, 그 정보를 얻기 위해 북한에 연락을 취했지만 현재로선 추가로 밝힐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고문 가능성을 묻는 말에 "그간 북한이 억류자들을 취급하는 방식을 감안하면 당연히 우려한다"고 답했다.

킹은 한국의 한 클럽에서 한국인과 시비가 붙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차를 파손한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으나 이를 내지 못해 국내 수용시설에서 2개월 가까이 노역한 후 지난 10일 석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추가적인 군 징계와 제대 처분을 받을 수 있는 텍사스주 포트 블리스로 이송되기 위해 월북 당일인 17일 인천공항 세관까지 호송됐으나 비행기를 타지 않고 공항을 빠져나와 판문점 투어에 참가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공항 관계자를 인용, 킹이 인천공항에서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고 나서 항공사 직원에게 여권을 찾을 수 없다고 말한 뒤 다시 안내받는 과정에서 공항을 벗어날 기회를 잡은 것 같다며 미국 정부의 관심병사 관리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호송인력이 인천공항 세관까지 따라갔지만 미국 공항 도착까지 동행하지 않아 킹이 그 이 후 미군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