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가장 싸다”…분양가 고공행진에도 청약 잇단 흥행

청량리 롯데캐슬 경쟁률 242대 1
수도권 중심으로 수요자들 북적
공사비 급등에 분양가 상승 영향
관련 규제 대거 풀린 것도 한몫

이철현 기자|2023/07/24 17:13
신규 공급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고 있는데도 서울·수도권 청약시장은 열기를 내뿜고 있다.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인상 등으로 분양가가 갈수록 오를 것으로 예상되자 수요자들이 앞다퉈 청약시장에 몰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추첨제 물량 증가와 전매 제한 완화 등으로 청약 문턱이 낮아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

24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민간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1621만62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7% 상승했다. 수도권 민간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259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22% 올랐다. 서울은 작년 동월보다 13.16% 오른 3.3㎡당 3192만7500원을 기록했다.

아파트 분양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데도 청약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오히려 청약경쟁률이 치솟는 등 청약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11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는 88가구 모집에 무려 2만1322명이 몰리면서 평균 242.3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서울지역에서 분양한 아파트 가운데 가장 높은 경쟁률이기도 하다. 이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는 3300만원이었다.
최근 경기 용인시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 전용 84㎡형은 최고 경쟁률 24대 1을 보여 주목을 끌었다. 분양가가 최고 12억원으로 고분양가 논란도 있었지만 첨단 복합산업단지인 플랫폼시티와 반도체 클러스터로 호재가 겹치면서 청약통장이 몰렸다.

지난달 정당계약을 진행한 경기 의왕시 '인덕원 퍼스비엘'은 9일 만에 '완판'(100% 분양 계약)에 성공했다. 전용 84㎡형 분양가가 10억7900만원으로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지만 1·2순위 청약 접수에서 303가구 모집에 3356명이 몰려 최고 29.7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주택 수요자들 사이에서 건설 자재가격이 계속 오르면 분양가가 비싸질 것이니 "그나마 지금이 가장 쌀 때"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을 청약 호조세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공사비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각종 건자잿값 급등, 고금리 여파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 인건비 상승 등으로 크게 오른 상황이다.

또 올해 초 전매 제한 완화 등 청약 관련 규제가 대거 풀린 것도 한몫했다. 정부는 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들을 규제지역에서 모두 해제했다. 이에 서울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단지도 전매 제한 기간이 1년으로 크게 줄었고, 가점제만으로 공급했던 전용면적 85㎡ 이하 물량에서도 가점제 40%와 추첨제 60%로 입주자를 모집하면서 청약 기회가 넓어졌다.

분양 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청약 인기몰이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도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발표한 5월 주택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 1~5월 주택 인허가와 착공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4.6%, 47.9% 줄었다. 3~4년 후 입주 아파트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고분양가 확산으로 모처럼 되살아난 매수 심리가 자칫 위축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