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경험 연령 낮아지는 말레이시아…청소년 3분의 1이 ‘14세 이전’ 성관계

홍성아 쿠알라룸푸르 통신원 기자|2023/08/01 10:47
말레이시아 청소년의 3분의 1이 14세 이하에 첫 성경험을 가졌다는 조사 결과가 1일 발표됐다. 말레이시아 경찰에 따르면 첫 성경험 연령이 빨라지고 피임 비율이 낮아 청소년 임신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말레이메일
말레이시아 청소년의 3분의 1 가량이 14세 이전에 첫 성경험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첫 성경험 연령은 빨라지고 있지만 피임하는 비율은 낮아 청소년 임신과 영아 유기·사망 사건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1일 더선데일리 등 현지 매체가 발표한 말레이시아 보건부가 발표한 2022년 국가건강질병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3~17세 청소년 5만1036명이 14세 이전에 성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전체 응답자의 3분의 1에 달하는 수치다. 해당 조사는 2022년 6월 12일부터 7월 8일까지 말레이시아 13~17세를 대상으로 한 조사로 15만4646명이 성경험을 했다고 응답했다.

성경험을 한 응답자의 88%는 피임 도구 없이 성관계를 하고 있다고 답변해 올바른 성교육에 대한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적 자기결정권의 연령을 높여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말레이시아 현행법상 16세가 넘으면 본인이 동의할 경우 합법적인 성관계가 가능하다. 그러나 성적 자기 결정권을 갖는 나이가 너무 낮아 10대들의 임신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게 됐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국영통신사 버나마에 따르면 2019년 말레이시아 10대 여성 1000명 중 14명이 임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접 국가인 싱가포르의 10대 임신율이 1000명 중 4명 꼴이라는 것과 비교하면 약 3배 높은 수치다. 이는 피임 등 성 관련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청소년의 88%가 성관계 시 피임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생명 윤리에 초점을 맞춘 성교육 강화 등 강화된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최근 통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청소년들이 14세 이전의 어린 나이에 성경험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 변화한 시대에 맞춘 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됐다.

청소년들의 빨라진 성경험과 피임 등 성 지식 부족은 관련 범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영아 유기·사망 사건은 매년 평균 100건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영아 유기·사망 건수는 443건으로 3년간 영아를 유기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 대부분은 10대·2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10·20대가 영아 살해·유기 범행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경제·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예기치 않은 임신과 출산을 겪게 되는 경우가 다른 연령대보다 많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이에 말레이시아 뜨렝가누 지역에서는 혼외 임신을 금지하는 법안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미혼모 등 위기 임산부에 권리 보호를 위한 법제화에 속도를 낸 상태다. 하지만 혼외 임신 금지법안이 오히려 양육 포기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어 이를 보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올바른 성교육과 제도상 공백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말레이시아의학협회는 "청소년의 건전한 성 인식 형성을 위한 포괄적인 성교육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피임 도구 및 임신 및 출산 관련 의료 혜택을 제공하는 법안 등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