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게 쌓아라”… 반도체업계 ‘낸드 적층’ 한계 넘는다

SK, 2025년 321단 양산 공식화
삼성, 2030년 1000단 이상 목표
단수따라 면적 대비 고용량 구현
AI 급성장 따른 기술 경쟁 심화
불황 속 신수요 창출 계기 마련

최원영,최지현 기자|2023/08/10 07:45
메모리 반도체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반도체 업계에 낸드플래시 '적층 경쟁'이 다시 불 붙고 있다.

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다. 셀(cell)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용량을 늘리는 적층 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SK가 이미 개발 된 샘플을 꺼내 들고 2025년 321단 양산을 공식화 하며 치고 나갔고, 삼성은 2030년까지 1000단 이상 쌓겠다는 비전을 지난해 하반기 제시한 바 있다. 반도체 불황 속 감산에 나선 와중에도 적층 한계를 뛰어 넘으며 초격차 기술력으로 다가올 슈퍼싸이클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낸드 플래시업계 톱티어 5사는 모두 200단 이상 층을 쌓아 올린 상태로, 양산 기준 SK하이닉스가 238대, 삼성전자가 236단, 키옥시아가 218단까지 쌓았다. 웨스턴디지털이 218단, 마이크론 232단이다.

미국 현지시간 8일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23'에서 각 사는 낸드 기술 경쟁력을 드러냈다. 포문을 연 건 SK다. SK하이닉스는 '321단 4D 낸드' 샘플을 공개하며 반도체 업계 최초로 300단 이상 낸드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공식화했다. 업계의 낸드 단수 쌓기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처음으로 300단 이상 낸드 개발 계획을 구체적으로 발표하며 '선공'에 나선 셈이다.

SK하이닉스는 321단 낸드의 완성도를 높여 2025년 상반기부터 양산하겠다고 선언했다. 낸드는 단수가 높을수록 같은 면적에 고용량을 구현할 수 있다. 이에 적층 기술은 수율(양품 비율)과 함께 기술 경쟁력의 대표적인 척도로 통한다. 특히 최근 AI 시장 급성장 등에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수요가 가파르게 늘면서 낸드 적층 경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최정달 SK하이닉스 NAND개발담당 부사장은 행사 기조연설에서 "당사는 4D 낸드 5세대 321단 제품을 개발해 낸드 기술리더십을 공고히 할 계획"이라며 "AI 시대가 요구하는 고성능, 고용량 낸드를 시장에 주도적으로 선보이며 혁신을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세계 낸드 1위 점유율의 삼성전자는 지난해 실리콘밸리서 가진 삼성 테크데이를 통해 2030년까지 데이터 저장장치인 셀을 1000단까지 쌓는 V낸드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은 바 있다. 1000단은 176단인 7세대 V낸드와 비교하면 5배 이상 저장 가능한 수준이다. 삼성은 2021년 하반기에 176단 7세대 낸드 양산에 들어간 데 이어 지난해 11월 8세대 V낸드 양산을 시작했다. 단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8세대 V낸드를 236단 수준으로 추정했다.

기술 경쟁 배경 중 하나는 불황이다. 수요 부진에 공급과잉 상황에 직면한 반도체업계가 감산하는 대표 종목이 D램과 낸드다. D램은 AI 돌풍을 타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크게 늘고 있지만, 낸드는 딱히 신수요를 창출할 만한 계기가 부족한 상태다. 낸드는 디지털 기기용 보조기억장치인 SSD·USB·SD카드 등에 쓰인다. AI 수혜 제품은 AI 서버에 탑재되는 대용량 저장장치인 엔터프라이즈 SSD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