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복수극 ‘이 불안한 집’ 연출 김정 “전율 느꼈다”
국립극단 창단 후 최장시간 작품 선보여...31일 명동예술극장서 개막
그리스 비극 '오레스테이아 3부작' 재해석…"부담 되지만 매력적인 작품"
전혜원 기자|2023/08/1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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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5시간 동안 펼쳐지는 국립극단의 연극 '이 불안한 집'의 연출을 맡은 김정은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스튜디오 하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적으로 강렬한 작업을 만나길 기다리고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는 31일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하는 '이 불안한 집'은 그리스 비극 '오레스테이아 3부작'을 재해석한 영국 극작가 지니 해리스의 작품이다. 2016년 영국에서 초연한 뒤 스코틀랜드 비평가협회상 최우수 희곡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 작품이 국내 무대에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연출은 "그리스 비극 3부작 형식의 작품 가운데 현재 유일하게 남아있는 작품인데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2500년 가까이 살아남았다는 것은 인간의 본성을 흔드는 힘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니 해리스가 재해석한 대본은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지금의 관객들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호흡을 가져간다. 헛웃음이 날 정도로 잘 쓰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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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는 전쟁 승리를 위해 신의 뜻대로 딸 엘렉트라를 죽인 왕 아가멤논과 처절한 슬픔에 오랜 시간 몸부림치다 아가멤논을 살해하는 왕비 클리템네스트라 이야기를 다룬다. 이어 2부는 엘렉트라가 어머니를 살해하기까지의 과정을, 3부는 정신과 의사 오드리에게 상담받는 엘렉트라 이야기로 구성했다.
김 연출은 "1부에서 왕을 살해하는 것은 체제에, 2부에서 부모를 살해하는 것은 가족에 저항하려는 것을 의미한다"며 "3부에서는 트라우마를 극복해보려는 이야기가 나온다. 원작의 인물들을 끌고 가면서 이들이 2023년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보여주려 한다"고 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전쟁을 위해 사랑하는 가족마저 저버린 아버지 아가멤논은 문성복이, 남편에 대한 복수를 실행하는 클리템네스트라는 여승희가 연기한다. 아버지에게 희생당하는 장녀 이피지니아는 홍지인이, 아가멤논의 다른 자녀인 엘렉트라와 오레스테스는 각각 신윤지와 남재영이 맡는다. 인물의 트라우마를 진찰하는 정신과 의사 오드리 역에는 김문희가 캐스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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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마이클, 이안, 의사, 코러스 4개 배역을 돌아가며 연기하는 곽은태는 "처음에 작품을 받았는데 대본을 3권 줬다. 백과사전 다음으로 두꺼운 대본을 받았을 때는 부담도 됐지만 중간에 5분 정도 쉬고 한 번에 다 읽을 정도로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얘기했다.
공연은 9월 24일까지. 공연 시간이 5시간에 달하는 작품인 만큼 평일 공연은 오후 5시 30분, 주말은 오후 3시에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