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서 첫 성과 낸 KB 이재근號…부코핀銀 경영정상화 속도 관건

1조6천억 투자 부코핀은행, 6년만에 흑자 달성
1분기 336억원 손실→반기 실적 85억원 순익
작년에만 7000억원 투입해 조기 정상화 지원
수천억 선제 충당금으로 추가 부실 흡수 가능

조은국 기자|2023/08/20 18:30
KB국민은행이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 6년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2018년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에 대한 지분투자로 시장에 진출한 뒤 줄곧 손실을 내며 우려를 샀지만, 올해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지난해 사령탑을 맡은 이래 글로벌 사업을 국민은행의 미래 먹거리로 삼고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해왔다. 지난해에는 7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하며 부코핀 은행 조기 정상화를 지원했는데, 이러한 노력이 이번 흑자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경쟁은행들이 인도네시아 소형은행 인수에 치중한 것과 달리 국민은행은 현지 19위 수준의 중견은행을 인수한 뒤 수년간 적자에도 투자를 지속해, 흑자로 이끌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자회사인 부코핀은행이 상반기 85억원(지분법 손익 기준)의 순익을 기록했다. 이는 국민은행이 부코핀은행 지분투자를 통해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한 2018년 이후 6년만에 처음이다.

국민은행은 2018년 1164억원을 투자해 부코핀은행 지분 22%를 확보했다. 이후 2021년까지 세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67% 지분으로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경영권도 확보했다. 자회사로 편입하는 데 8136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부코핀은행의 정상화는 요원했다. 2018년 지분 투자 이후 한차례도 순익을 내지 못했고, 자회사로 편입한 2020년부터는 오히려 적자 규모가 커졌다. 2020년 434억원 순손실에서 2021년엔 2725억원, 지난해에는 8021억원으로 손실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국민은행이 부실은행을 떠안으면서 부담을 키운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KB금융그룹이 지난해 경쟁사인 신한금융그룹에 3년만에 리딩금융그룹을 내준 데도 부코핀은행의 부실 확대 영향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

이에 지난해 초 국민은행 방향키를 잡은 이재근 행장은 보다 적극적으로 부코핀은행에 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해 10월에는 8000억원에 이르는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실제 7100억원을 투자했다. 또 작년 말 기준 부코핀은행이 적립한 충당금 규모는 5700억원 수준이다. 이는 부코핀은행 전체 부실채권 규모보다 많은 수준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현지 중대형 은행을 인수하면서 소형은행을 인수해왔던 타은행과는 차별화했다"면서 "NPL보다 많은 규모의 충당금을 쌓은 것은 향후 추가 부실 수준까지 흡수가 가능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적극적인 투자와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의 노력으로 지난 6년간 적자만 내던 부코핀은행이 체질 변화를 시작한 모습이다. 올해 1분기 336억원 손손실을 기록했던 부코핀은행이 반기 실적으로는 85억원 흑자 달성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번 부코핀 실적과 관련해 국민은행 측은 "지난해 말 선제적으로 적립했던 대손충당금의 기저효과와 대량의 부실여신 매각익으로 인한 일회성 요인으로 85억원의 순익을 실현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가 문제다. 얼마나 빨리 경영정상화에 성공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영역에서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등 경쟁사 수준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리면 KB국민은행의 리딩뱅크 위상은 더욱 공고히 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상반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조남훈 KB금융 전무는 "부코핀 관련해서는 지난번 증자가 마자막으로, 내부적인 개혁을 통해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대표적으로 IT투자 등을 통해 사업을 고도화하고 경영정상화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