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장관 만난 리비아 외무 직무 정지 “관계 정상화 없다”

팔레스타인 지지 리비아 시민들 항의 시위

이장원 기자|2023/08/28 10:04
이스라엘과 리비아 외무장관의 회동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27일(현지시간)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시민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며 타이어를 불태우고 있다. / EPA 연합뉴스
리비아 정부가 이스라엘 외무장관과 만난 자국 외무장관의 직무를 정지시켰다고 2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반이스라엘 감정이 강한 리비아에서는 외무장관 간 회동에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보도에 따르면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마즈라 마고시 리비아 외무부 장관과 지난주 이탈리아 로마에서 만났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측이 이번 만남에서 리비아와 잠재적 협력을 논의했다고 주장하면서 리비아 사회에서는 강한 규탄이 나왔다. 리비아는 시온주의(유대인 민족주의 운동) 단체와 관계 정상화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리비아 젊은이들은 수도 트리폴리와 외곽 거리에서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고 길을 막은 채 타이어를 태우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에 국가원수의 지위를 지닌 대통령 위원회는 압둘하미드 드베이바 리비아 통합정부(GNU)에 회동 경위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드베이바 총리는 마고시 장관의 직무를 일시 정지했다. 또 정부 위원회에 사실 관계 조사르 지시했다.

리비아는 과거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정권 시절부터 팔레스타인을 지지해 반유대인 정책을 시행했으며, 이스라엘에 거리를 두는 대외정책을 지지하는 여론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2011년 민주화운동 '아랍의 봄'의 여파로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유엔이 인정하는 GNU와 리비아 국민군(LNA)의 내전이 장기화하면서 대외 정책 역시 혼란을 겪고 있는 상태다.

이스라엘은 미국이 주도한 아브라함 협약을 통해 최근 일부 아랍권 국가와 관계를 정상화하고는 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재집권 이후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 정책으로 아랍권에서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직무를 정지 당한 마고시 장관 측은 코헨 장관과의 회동이 공식 회담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리비아 외무부는 "이탈리아 외무부에서 모임을 하던 중 준비되지 않은 채로 무심코 마주친 것으로 어떠한 논의, 합의 또는 협의도 없었다"며 "관계정상화에 절대적 반대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