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유일 농구팀 KCC, 전격 부산행… 분노한 팬들, 전주시 홈페이지 폭발

한제윤 기자|2023/08/30 12:08
KCC 이지스 공식 SNS

호남에 있던 유일한 농구팀 KCC 이지스가 연고지를 옮긴다는 소식에 팬들은 전주시에 분노하고 있다.

프로농구 전통의 명가 KCC가 22년간의 전북 전주 연고지를 떠나 부산에 새 둥지를 틀기로 했다. KBL은 30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이사회를 열어 KCC의 연고지 변경을 승인했다.

KCC는 2001년 대전 현대 농구단을 인수해 연고지를 대전에서 전주로 바꿨다. 그러다 22년 만에 전주를 떠나게 된 데에는 전주시가 농구 인프라 개선에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20년 넘게 전주 연고지에 있으면서 팬들의 충성도가 높았던 팀이기 때문에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KCC는 2016년과 2021년, 오래된 체육관 등 낙후 시설 등의 이유로 연고지 이전설이 돌았다. 이에 전주월드컵경기장 인근에 새 체육관을 2023년 완공하겠다는 계획도 있다고 했지만, 계속 미뤄졌다.

KBL은 전주 KCC가 부산으로 연고지를 변경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 연합뉴스

최형길 KCC 단장에 따르면 올해 4월, 새 체육관을 KCC 구단에 직접 지으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그래 놓고 5월에는 전주시와 KBO가 야구장 건립 활용 계획을 논의했다. 최 단장은 '농구는 뒷전이 됐다'는 아쉬움이 들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주시는 뒤늦게 2026년까지 새 체육관을 완공하겠다고 제안했으나, KCC는 연고지 이전에 대한 의지를 굳혔다.

최 단장은 "가장 고민이 되고, 가슴이 아팠던 부분은 22년간 응원해 주신 전주 팬들"이라며 "지금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죄송하다는 이야기뿐"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전주시와 여러 문제로 시끄러웠다"며 "원만하게 수습하기 위해 인내하고 기다렸으나, 더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다른 구단에 불편을 끼쳐 양해를 구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전체 농구 발전을 위해 새로 태어나는 구단이 되겠다"고 밝혔다.

전북 전주시는 이날 "졸속적이고 일방적인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KCC는 언론을 통해 이전설을 흘리고, KBL 이사회에 연고지 이전 안건을 상정하는 동안 전주시와 팬들에게 어떤 입장 표명도 없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KCC는 이전과 관련해 전주시와 협의는커녕 통보조차 없었다"고 밝혔다. 2026년 새로운 홈구장과 보조경기장의 완공 계획을 밝혔는데 KCC 측에서 일방적으로 연고지 이전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주시의 입장 표명에도 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중립 기어'로 이번 사건을 보겠다는 반응도 있으나, 이에 대해서 한 팬은 "중립 기어는 무슨. 2000년대에 우승했다고 NBA 구장 만들어 준다고 약속하고, 2019년 3월에 신구장 짓는다고 결정하고, 2022년 3월에 건립 기공식까지 올리고, 2023년 7월에 백지화됐다고 통보했다. KCC가 지금 쓰고 있는 구장은 허재가 뛰던 시절 구장이다. 그런데 그의 아들 허웅이 2023년까지 뛰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주시 홈페이지

일시적으로 전주시 홈페이지의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격한 반응이 쏟아지기도 했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20년이면 강산이 두 번 바뀔 시간이다", "구장 안 지어준 것도 모자라 부지까지 뺏어놓고 왜 부산 가냐고 발작하는 거 웃기지도 않는다", "부산 좋겠다", "이래 놓고 KCC 비난하는 전주시" 등 반응을 보였다.

한편 KCC는 부산 사직 체육관을 홈 경기장으로 여자프로농구단 BNK와 함께 사용할 예정인데, 일부 조율이 필요하다고 알려졌다. 이로써 프로농구는 새 시즌부터 수도권 5개 팀(서울 SK·서울 삼성·수원kt·안양 KGC·고양 소노), 영남 4개 팀(부산 KCC·대구 한국가스공사·울산 현대모비스·창원 LG), 강원 1개 팀(원주 DB) 체제로 꾸려진다.

부산은 KT가 수원으로 떠난 뒤 2년 만에 다시 남자 프로농구단을 유치하면서, BNK까지 남녀 프로농구단을 모두 거느린 유일한 도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