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한 김기현…보수세력 집결 효과 꾀한다

13일 대구 달성 사저 찾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박지은 기자|2023/09/13 18:09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예방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국민의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머무는 대구 달성군 사저를 예방하고 윤석열 대통령과 회동을 제안했다.

김 대표는 이날 박 전 대통령 예방 후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에게 오늘 박 전 대통령을 찾아뵙는다고 했더니 '만나 뵈면 한 번 모시고 싶다'고 말씀을 전해달라고 하셨다"며 "그래서 제가 오늘 박 전 대통령께 전해드렸더니 긍정적으로 답변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김 대표에게 "여당 대표로서 그 책임만큼 잘해달라"는 격려를 건넨 것으로 전해진다. 김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이 여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이 있지만, 좋은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 여당 대표"라고 언급한 내용을 전했다.
김 대표는 총선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의견이 있었는지에 대해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전혀 아니었다"면서도 "우리가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보수가 대단합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힘을 모아야 하는 만큼 박 전 대통령이 가진 많은 경험이나 영향력을 함께 대동단결하도록 모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동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2004년 당 대표를 맡아 '천막당사'로 배수진을 치며 당을 지휘했던 이야기와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김 대표는 "우리 당이 급전직하로 다시 회생하기 어려울 만큼 위기 상황이었을 때 천막당사 결단으로 당을 살린 과거 역사도 되짚어 보고, 연전연승 선거 승리를 이끌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성과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오늘의 번영된 나라로 만들기 위해 많은 기여를 했던 것을 되짚어 보며 지도자 한 사람이 어떻게 나라를 바꿀 수 있는지,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야기도 나눴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이날 예방 배경에 대해 "당내외 사정이 여의치 못하고 (박 전 대통령) 건강이 좋지 않은 사정이 있어서 미뤄졌다가 추석을 앞두고 찾아뵙게 됐다"며 "찾아뵙고 근황을 여쭈는 게 당연한 당 대표의 도리"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와 관련, "영어의 몸으로 여러 고생을 해서 그만큼 건강이 안 좋고 허리도 안 좋았던 것 같다"며 "(박 전 대통령이) 재활 치료를 하면서 '이제 그때보다는 훨씬 좋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오후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유영하 변호사의 안내를 받아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회동은 오후 4시 20분경부터 5시 10분까지 약 50분 간 진행됐다. 김 대표와 박대출 정책위의장, 구자근 당 대표 비서실장도 예방에 동행했다. 세 사람은 과거 새누리당의 상징 색이었던 붉은 넥타이를 매 눈길을 끌었다. 박 의장의 경우 과거 친박계로 분류된 바 있다. 김 대표 역시 탄핵 정국 당시 새누리당, 자유한국당에 끝까지 남아있었다. 구 비서실장은 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방문한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경북 구미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2021년 12월 31일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이후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4월 12일 당선인 신분이던 윤석열 대통령과는 회동했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당 대표 취임 직후부터 박 전 대통령 예방 의사를 밝히고 날짜를 조율해왔지만, 당내 '막말 사태'가 불거지며 일정을 순연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의 예방에 대해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방문해왔고, 묘소도 참배했다"며 "그 일환으로 지난 번에 추진했던 방문 계획이 다소 순연돼 오늘 방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새 얼굴' 발굴과 영입에 앞서 보수계 집결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에서 중용되고 있는 '친이계'(친이명박)와 달리 '친박계'의 정치적 존재감이 아직 미미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는 대구·경북(TK) 지역 민심을 더욱 공고히 다지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친박계 좌장'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완영 전 의원 등도 대구·경북(TK) 지역에서 내년 총선 출마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일정에 동행한 측근 유영하 변호사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친박은 없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오후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을 예방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대표가 갖고있는 '전직 대통령을 예우해야 한다'는 의지도 확고하다. 김 대표는 지난해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박 전 대통령까지 보수정당에서 배출한 전직 대통령을 모두 예방했다. 지난 5월 23일엔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 방문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을 찾았고, 지난달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하는 등 여야를 아우르는 행보도 이어왔다.

김 대표는 지난 5월 김영삼 대통령 생가에서 노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 의미에 대해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에 대한 흑역사를 이제 끊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바로 직전 대통령으로부터 엄청난 박해를 받았던 피해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치 선진화를 위해서는 더 이상 전직 대통령에 대한 흑역사가 반복돼선 안 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생각과 철학이 다르다 하더라도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하고 그에 대한 존중의 뜻을 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