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울산에 들어서는 세계 최초 재활용 복합공장…SK지오센트릭 현장

10월 착공하는 축구장 22개 면적 울산ARC
매년 생수병 213억개 수준 플라스틱 재활용
플라스틱 재활용 산업 600조원 성장 예상

안소연 기자|2023/09/17 14:00
13일 울산 남구 SK지오센트릭 ARC 공사 현장. 현재는 부지정지 작업 중이다. /안소연 기자
아직은 울퉁불퉁한 길이 섞여 있는 공사 현장에 도착하니 울산의 상징인 공장의 굴뚝들이 저 멀리 작게 보였다. 그만큼 공사부지가 넓다는 뜻이다. 축구장 22개 면적에 1조8000억원을 투입하는 이 대형 프로젝트는 세계 최초의 플라스틱 재활용 복합단지 '울산ARC'다. SK지오센트릭이 울산 남구 SK이노베이션 정유화학 복합단지 '울산콤플렉스' 내 21만5000㎡ 부지에 오는 10월 착공한다. SK지오센트릭이 친환경 에너지 및 소재 기업으로 전환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공업도시의 이미지가 강한 울산이 친환경과 어우러지는 계기가 될지도 주목된다.

13일 방문한 공사 현장은 터를 다지는 부지정지 작업 중이었다. 10월 착공을 거쳐 연말에 본격적으로 공사에 착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장 준공 시점은 오는 2025년. 이 기간은 국내 쓰레기 처리 시스템의 변곡점이다. 2026년부터 수도권매립지의 폐기물 매립이 금지되고, 2030년부터는 전국적으로 생활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된다. 앞으로 모든 생활폐기물은 재활용되거나 반드시 소각 처리를 거쳐야 한다. 획기적인 방법을 쓰지 않는 이상 처리 곤란한 쓰레기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울산ARC는 재활용의 새 장을 연다고도 할 수 있다. 공장이 가동되면 매년 500㎖ 생수병 213억개에 달하는 폐플라스틱 32만톤이 재활용된다. 재활용 방법은 '화학적 재활용'이다. 3개 화학적 재활용 기술인 열분해, 고순도 폴리프로필렌 추출, 해중합을 한 곳에서 구현하는 복합 재활용 단지는 울산ARC가 세계 최초다.

맨 왼쪽의 폐플라스틱에서 순수 PP만 추출해 다시 각종 PP용기로 만들게 된다. /안소연 기자
열분해는 폐비닐 등을 300도 이상의 고온으로 분해해 재활용 원유를 제조하는 기술이다. 초콜릿 포장지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껍데기'등이 중요한 투입 원료가 된다. 이를 SK이노베이션이 자체 개발한 후처리 기술을 거쳐 석유화학 공정에 투입해 제품 재생산이 가능하다. 새탁세제에 붙이는 패키지 스티커, 혹은 다시 초콜릿 포장지 등 역시 실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해중합도 마찬가지다. 재활용이 어려운 페트병이나 폐섬유를 화학적으로 분해해 원료 물질로 되돌리고 다시 결합해 고품질 페트로 만든다.

이러한 화학적재활용은 급증하는 쓰레기 문제 해결의 방안이 될 수 있다. SK지오센트릭이 해당 기술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는 이유다. 플라스틱을 세척하고 같은 색상끼리 모아야 했던 물리적 재활용의 단점을 극복하고,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는 고부가 기술로 꼽힌다. 이처럼 반복적인 재활용에도 플라스틱의 물성이 그대로 유지되는 장점 때문에, 물리적 재활용의 단점을 보완하는 한 차원 높은 재활용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편 플라스틱 재활용은 산업적 성장이 기대된다. 유럽연합(EU)은 플라스틱 포장재에 재활용 소재를 30% 이상 반드시 쓰도록 법제화했고,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에서 재생 원료를 2030년까지 50% 이상 사용하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2040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폐플라스틱 양은 약 1억톤에 이를 전망이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2050년 6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