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CP발행으로 몰리는 자금조달, 차입質은 떨어진다
비우량 등급 기업 회사채 발행 난항
이자부담·유동성 악화 리스크 커져
지난 7월 CP발행 전월比 2.5% 증가
손강훈 기자|2023/09/19 07:00
더구나 하반기 단기사채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등 단기물을 통한 자금조달 환경도 점점 나빠지는 중이다. 새로운 사채를 발행해 기존 사채를 갚는 차환 부담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CP 발행실적은 지난 7월 35조1298억원으로 전월 대비 2.5% 증가했다. 코스콤의 CP 발행잔액 자료에서도 이 같은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5일 기준 일반CP 발행잔액은 118조6039억원으로 올해 초 114조4722억원보다 약 4조원 이상 증가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단기사채 발행 규모는 130조원으로 전년 동기(305조7000억원)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회사채 발행은 31.7% 늘었다.
하지만 하반기 반전이 일어났다. 공모회사채 시장에서 신용등급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비우량(AA-급 미만) 등급의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이 힘들어졌다.
여기에 금리 불확실성이 더 확대되면서 회사채 투심도 올 상반기 같지 않다. AA등급 이상의 기업의 회사채는 완판되고 있으나, 발행금리가 민간채권평가회사 제시 금리에서 가산돼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실제 신용등급이 A인 효성첨단소재의 경우 탄소섬유 생산라인 확대를 위해 1000억원이 넘는 자금(베트남 생산법인에 533억원 출자, 전북 전주공장 증설에 528억원)을 투입한다고 공시했는데, 시장에서는 CP를 활용해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차입구조 단기화에 따른 리스크 확대다. 단기차입의 비중이 커지면, 상환이나 차환 이슈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빠르게 갚아야 하는 자금이 늘어나면 일시적 유동성 저하 우려가 나타날 수 있다.
차환에서는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 등 조달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잠잠하던 CP금리가 상승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기업어음(A1급, 91일물) 금리는 3.99%에서 4.01%로 올랐다. 특히 연말을 앞두고 은행채나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이 늘면서, 단기사채 금리가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은행들의 고금리 예금 취급 경쟁이 격화되면서 지난해 9~11월 은행권의 정기예금이 약 113조원 증가했는데, 올해 만기가 돌아오면서 관련 예금 상환을 위한 은행채 발행이 늘고 있다. 은행채는 공사채와 함께 대표적인 우량채권으로 꼽힌다. 은행채 발행 증가는 회사채나 단기사채의 투심을 약화시키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발행금리가 높아지게 된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물 금리 상승의 원인은 9월 이후 은행의 단기자금 조달 가능성 때문으로 이는 CD금리와 은행채 1년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의 재원을 활용, 세수부족분 일부를 메울 것이란 전망도 MMF와 단기채권의 환매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물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재무구조의 안정성이 비교적 떨어진다고 평가받는 낮은 신용등급의 기업이 단기자금 조달에 나서는 만큼, 이자부담이나 유동성 저하 우려는 더 클 수밖에 없다.
한 신용평가 업계 관계자는 "현금창출력이나 차환 능력 등을 고려해야겠지만, 일반적으로 단기차입금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신용등급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