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성수품값 6% 싸졌다는데… “체감 못해”

농식품부·해수부, 공급 늘리고 할인
생산량 줄어든 사과 등 도매가격↑
"소고기 10% 저렴해져 평균 낮춘 듯"

이지훈 기자|2023/09/25 18:20
올해 20개 추석 성수품 소비자가격이 작년보다 6% 이상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는 이와 반대다. 정부가 체감물가를 낮추기 위해 대규모 할인 지원을 지속하고 있지만 선호도가 높은 등급이나 부위에 대해서만 할인을 해주기 때문이다. 아울러 소고기 가격이 전년보다 10% 수준 낮아지면서 전체 성수품 평균 가격을 끌어내린 영향도 한몫했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20개 추석 성수품의 소비자가격(9월 17~22일 평균 가격)은 전년(추석 전 3주간 평균 가격)보다 6.3% 낮은 수준이다.

먼저 14개 농축산 성수품 평균 가격은 6.8%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농식품부는 14개 농축산물에 대해 추석 3주 전부터 공급 물량을 평시 대비 1.6배 수준으로 확대 공급해 지난 22일까지 공급계획 대비 119.6%(14만5000t) 수준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품목별로 배추(-20.9%), 무(-30.5%), 양파(-19.2%), 마늘(-35.2%), 감자(-19.8%) 등 소비자가격은 전년보다 20~35% 낮은 상황이다. 생산 감소로 가격이 높은 닭고기(8.3%)를 제외한 소고기(-9.6%), 돼지고기(-0.7%), 계란(-3.8%) 등 축산물 가격도 전반적으로 전년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생산량이 감소한 사과(0.6%), 배(-7.4%) 도매가격은 전년보다 높았다. 다만 소비자가격은 정부의 할인 지원과 유통업체의 자체 할인 등으로 전년과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박수진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이날 관련 브리핑에서 "추석 성수기 소비자 체감 물가 안정을 위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8일까지 41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14개 추석 성수품 등에 대해 농축산물 할인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20~30% 할인을 지원하고, 유통업체가 추가 할인에 참여해 소비자는 최대 40~5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농축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할인 지원 규모가 당초 계획한 410억원을 넘어설 경우에도 예산을 추가 배정해 추석 전까지 할인 지원이 중단되지 않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가 훨씬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박 실장은 "할인 지원은 각 품목별로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거나 판매량이 많은 등급 또는 부위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면서 "소비자가 이보다 크거나 작은 규격의 사과, 배를 구매할 경우 전년 대비 가격 차이를 크게 느낄 수 있다"고 답변했다.

예컨대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가 높은 사과와 배의 경우 수요가 가장 많은 사과(홍로) 1개당 286~330g 규격과 배(신고) 550~650g규격은 할인 지원을 적용할 경우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구매가 가능하지만 이 규격을 벗어나면 할인 지원을 못 받아 높은 가격에 구매해야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소고기 가격이 전년보다 10% 수준 낮아짐에 따라 전체 성수품 가격을 낮추는데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부연했다.

해수부도 6개 수산물 성수품 평균 가격(9월 7일~9월 22일)이 지난해 추석 3주 전 평균 가격보다 3.7%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최용석 해수부 수산정책실장은 "지난 22일 기준으로 6개 성수품 정부 비축 물량 공급량은 4859톤(t)"이라며 "이는 마트와 전통시장 등에서 희망한 수요보다 17.2% 많은 수준"이라 말했다.

품목별 가격을 보면 생산이 원활한 갈치(-32.9%), 마른멸치(-20.2%) 등은 전년 추석보다 20~30% 낮았다. 다만 명태(14.8%)는 공급량 부족, 고등어(5.3%)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중·대형어 생산 부진, 조기(7.4%)는 최근 어황이 나빠 생산이 감소해 가격이 높게 형성됐다.

해수부는 추석 성수기 소비자 체감 물가 안정을 위해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28일까지 26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6개 성수품 등에 대한 할인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30% 할인에 유통업체 자체 할인까지 포함하면 소비자는 최대 60% 할인된 가격으로 수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특히 해수부는 지난해 추석보다 가격이 높은 명태·고등어·참조기 3개 품목은 대형마트 등과 함께 추석 연휴까지 할인율을 60% 이상까지 확대해 판매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