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계기 中과 회담 논의 중 수출제재 가한 美…한중 관계 향방은

박영훈 기자|2023/10/09 16:03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11월 14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AFP·연합뉴스
제 19회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23일 오후(현지시간) 중국 항저우 저장성 항저우 시후 국빈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제공=국무총리실
미국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중국과 정상 간 회담을 논의하는 가운데 러시아에 군사 물자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중국 기업 40여 곳 이상을 제재했다. 이번 대중 수출 제재로 양국 간 패권경쟁은 당분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미중 관계 향방에 따라 한중 관계에도 상당부분 영향이 미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9일 미 정부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6일(현지시간) 러시아 군과 방위산업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중국기업 42곳 등을 포함한 49개 외국 법인을 '수출통제 리스트(entity list)'에 올렸다.

이번 제재 대상에는 중국 기업을 비롯한 핀란드, 독일, 인도, 터키, 아랍에미리트(UAE), 영국 등의 기업 7곳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이들 기업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때 사용되는 미사일과 무인기(드론)을 유도하는데 사용하는 미측 반도체 기술을 러시아에 공급했다고 미 상부부는 전했다.
이와 관련, 매튜 액설로드 미 상무부 수출 집행 담당 차관보는 "러시아 국방 부문에 미국 고유 기술을 제공하면 우리는 끝까지 추적해 조치를 취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미국의 제재조치는 중국을 향한 경고로 풀이된다. 중국과 밀첩한 관계를 맺고 있는 러시아는 북한과 정상회담을 진행한 이후에 본격적으로 무기거래를 시작했다는 관측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일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북한 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는 북한과 러시아 접경지역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궤도차(화물용 객차)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북-러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미중 양국은 현재 경제·외교·군사·안보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패권경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올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제3기 집권체제가 공식 출범하면서 그 수위는 더 높아졌다. 심지어 미국은 중국이 '군 현대화'를 내세워 핵무력 증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을 심각한 안보 위협이자 국제 정세의 불안요인으로 간주해 왔다.

중국이 러시아에 버금가는 핵전력을 갖추게 된다면 미국은 중·러 두 핵보유국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미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로버트 리트왁 국제안보연구소장은 "냉전에서 유래한 미국과 소련 간 핵 양극 체제가 삼극 핵 질서로 대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음달 APEC 정상회의 기간 미·중 만남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군사 당국 대화 재개 계기도 마련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도 연내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를 비롯 내년 시 주석 방한 등을 목표로 올 하반기 들어 중국과의 교류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도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치고 있지만, 향후 미중 관계에 따라 한중 관계에도 상당부분 영향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미중 등 각국의 대외관계와 별개로 정부차원에서 민간 교류 활성화를 유도하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