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미 국무가 사우디서 왕이 중 외교부장에게 전화한 이유는

국무부 대변인 "블링컨, 왕이에 중국 영향력 행사 요청"
중국, 하마스·헤즈볼라 지원 이란과 밀접 관계
왕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통제불능 위험, 국제평화회의 소집해야"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2023/10/15 07:41
척 슈머 미국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왼쪽) 등 상원 대표단과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9일 중국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대화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14일 전화 통화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전쟁과 관련해 논의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블링컨 장관이 방문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왕 부장에게 전화했다며 중국이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행사해 다른 국가와 단체가 이번 전쟁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밀러 대변인은 다른 국가와 단체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중국이 긴밀한 무역 및 정치적 관계를 맺고 있는 이란에 대해 영향력을 발휘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하마스뿐 아니라 이번 전쟁에 개입하기 시작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지원하고 있다고 미국은 보고 있다.
밀러 대변인은 왕이 부장의 반응을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미·중 외교수장이 1시간 동안 "생산적인 대화를 했다"며 미국은 미·중 모두 중동의 안정에 공동의 이해관계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외교부에서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교부 장관과 회담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아브라함 가족의 집으로 불리는 모세 벤 마이몬 시나고그(유대교 회당)를 둘러보고 있다. 블링컨 장관의 조부는 제정 러시아의 유대인 대학살을 피해 미국으로 왔고, 양부는 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홀로코스트에서 생존한 폴란드계 유대인이다./로이터·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간) 서명한 '어둠 속의 빛'이라는 문구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모세 벤 마이몬 시나고그(유대교 회당)에 걸려있다./AFP·연합뉴스
중국 외교부는 왕 부장이 통화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자 주권국으로 평화롭게 공존해야 한다는 '두 국가 해법'을 주문하고, 이번 분쟁이 격화돼 통제 불능이 될 위험이 있다며 폭넓은 합의를 추진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국제평화회의를 소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중국은 민간인을 해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고, 국제법을 위반하는 모든 방법을 규탄한다"며 "시급한 것은 가능한 한 빨리 휴전해 인도주의적 재난 격화를 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인도법을 준수하고 인도주의적 구호 채널을 가동하며 유엔이 국제적 합의를 모으고 안보리가 적절한 역할을 하도록 지원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12일 이스라엘에 도착해 가자 지구로 잡혀간 미국인 인질들의 안전한 석방 등을 논의한 후 13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 6개국을 방문해 이번 전쟁의 확산 방지를 위한 외교 활동을 벌였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번 전쟁이 특히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간 대결 구도가 돼 이스라엘과 사우디 간 외교 관계 정상화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