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생전예수재 회향...원명스님 “49일간 실천, 행복한 세상 만들어”

봉은사 생전예수재 국가 무형문화재 지정 앞둬
9월 5일 입재기도 시작...이달 22일, 23일 회향
주지 원명스님 "육바라밀 실천이 생전예수재 정신"

황의중 기자|2023/10/22 16:50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22일 열린 생전예수재 회향식에서 법문을 하는 주지 원명스님. 원명스님은 적극적인 육바라밀 실천이 생전예수재의 정신이라고 신도들에게 강조했다./사진=황의중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봉은사가 자랑하는 무형문화재인 생전예수재(生前豫修齋)가 49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22일 본격적인 회향에 나섰다.

생전예수재는 살아있을 때, 시왕(저승에서 죽은 사람을 심판하는 열명의 대왕)에게 칠칠재(49일간의 재)를 올려 미리 선업을 닦는 불교 의례다. 봉은사는 지난달 5일 입재기도 후 회향 전까지 9월 11일 보시, 9월 18일 지계, 9월 25일 인욕, 10월 2일 정진, 10월 9일 선정, 10월 16일 지혜 등 육바라밀을 주제로 기도를 진행했다. 회향은 고려시대 때부터 이어진 전통에 따라 이날부터 다음날까지 이틀간 진행한다.

이날 회향식은 타종 이후 발원, 신중작법, 괘불·불패 이운, 도량건립, 법문, 금강경 합송, 사자단·상단 의식 순으로 진행됐다.
봉은사 주지 원명스님은 지난 기도기간을 돌이켜보며 "생전예수재의 정신은 육바라밀의 실천이다. 좀 더 각오하고 적극적으로 계율을 실천하자는 의도"라며 신도들의 발심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 지구상에는 가정·사회·국가 상황 등 갈등으로 꽉 차 있다. 갈등의 원인은 '나는 잘났고 너는 못났다' 이런 생각이 아니겠냐. 나와 너는 평등하고 다르지 않다. 내가 중요하다면 너는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 바로 생전예수재의 사상이고,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하면 세상 모두가 행복해진다"고 덧붙였다.

생전예수재에 대한 봉은사의 애정은 각별한 편이다. '동국세시기' 등 조선시대 기록을 보면 봉은사는 생전예수재를 최초로 봉행한 사찰이다. 이 때문에 봉은사는 사단법인 생전예수재보존회(회장 원명스님)를 2016년 6월에 설립, 2019년 1월 서울시무형문화재 52호 종목지정까지 이끌었다. 봉은사는 조계종 어산어장 인묵, 어산작법학교 학장 법안, 인오, 도피안 스님 등을 예수재 지도교수로 삼아 전통 보존과 전승에 힘쓰고 있다. 또한 어려운 한자어 의례문에 익숙하지 않은 신도들을 위해 우리말로 풀어 쓴 생전예수재 의례집도 배포했다.

원명스님은 "예수재에서 진행하는 의식이 어떤 뜻을 지니고 있는지 신도들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참여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지기에 이 책을 만들었다. 신도들이 익숙해지면 예수재가 정착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현재 문화재청은 생전예수재의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종목지정을 검토 중이다. 불교 의례 중 국가지정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영산재·수륙재·불복장 작법 뿐이다. 영산재는 태고종 신촌 봉원사가 한국불교영산재보존회를 통해, 수륙재는 조계종 진관사가 진관사수륙재보존회, 삼화사가 삼화사수륙재보존회를 통해 보존·전승되고 있다. 만일 생전예수재의 종목지정이 실현될 경우 봉은사는 민족문화 보존과 계승에 있어서 크게 기여를 하는 셈이 된다.
22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열린 생전예수재 회향식 모습. 이날 회향식은 많은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 진행됐다./사진=황의중 기자
생전예수재 의식을 쉽게 알 수 있도록 봉은사에서 만든 우리말 의찬문./사진=황의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