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박정림·김성현號 , 불황에도 호실적 이어가…비용관리 효과

순수수료수익 24.6% 증가로 손실 상쇄
개선세 꺾였으나 당기순이익 2.3% ↑
긴축 정책 지속 등 악재로 전망 어두워

손강훈 기자|2023/10/24 18:05
박정림·김성현 대표가 이끄는 KB증권이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자본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3분기 호실적을 이어갔다.

주식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수탁수수료 확대와 소매채권 중심의 WM금융판매 증가가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

1년 전보다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이 5배 이상 늘었지만, 순수수료수익이 24.6% 증가하면서 이를 상쇄했다. 작년 3분기 115억원이었던 상품운용수익도 2배 이상 늘었다.
다만 전분기(2분기)와 비교하면 실적 개선세는 꺾였다. IB수수료의 부진으로 전체 순수수료수익이 줄었으며, 상품운용수익도 53.8%나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이 2.3%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는 비용절감 효과라는 분석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증권의 3분기 영업이익은 15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115억원으로 24.2% 늘었다.

순수수료수익과 이자이익, 상품운용수익이 모두 전년보다 좋아졌다. 자산관리 전문가 박정림 사장이 담당하고 있는 WM부문은 개인·법인자산의 동반 증가와 수익 성장을 지속했으며, MTS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업계 1위(모바일인덱스 기준)를 지키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김성현 대표 취임 후 조직개편을 통해 역량을 강화한 IB부문도 채권발행시장(DCM)과 M&A·인수금융 등 전통 IB에서 업계 상위 지위를 유지하면서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DCM은 자산유동화증권(ABS) 주관 확대와 공기업 대상 글로벌 채권 발행 및 지속가능연계채권(SLB) 최초 주선 등 업계 선도상품 개발 경쟁력을 바탕으로 1위(블룸버그 기준) 지위를 수성했고, M&A·인수금융에서는 SK쉴더스의 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3분기 일평균 거래대금 23조1435억원을기록하며 위탁매매수수료 수입도 양호했다. 기관 국내주식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KB증권은 해외IB 거래 확대로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실적도 역대 최대였다.

KB증권 관계자는 "WM, DCM, M&A·인수금융, 프로젝트금융, S&T, 기관영업 등 전 부분에서 고른 성장을 지속했다"라고 말했다.

아쉬움 점은 올해 들어 지속되던 실적 개선 분위기가 다소 주춤해졌다는 점이다. 순수수료수익과 상품운용수익이 전분기 대비 줄어들면서 2분기 대비 영업이익은 21.3%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전분기보다 2.3% 늘어났지만, 이는 전사적 비용관리 노력 덕분이란 평가다. 실제 3분기 일반관리비는 2141억원으로 전분기보다 5.8% 줄었다.

더구나 각종 악재로 인해 4분기 실적 전망은 더욱 부정적이다.

지난 7월 정점을 기록했던 국내 증시 일평균거래대금은 이후 점점 감소하고 있다. 테마주 거품이 빠진데다가, 긴축정책 지속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발생 가능성까지 존재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실제 10월 일평균거래대금(24일까지)은 15조3138억원을 기록하고 있어 증시의 반등이 없을 경우, 2분기부터 증권사의 실적을 이끌었던 수탁수수료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채권운용수익의 타격도 예상된다. 미국 10년물 국채가 16년 만에 5%를 넘기는 등 상승세로 국내 시장금리도 요동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높아지면 채권 가격은 하락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데, 시장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증권사 채권평가손실이 900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KB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보유량은 6월말 기준 17조9413억원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3분기 말부터 순식간에 영업환경이 증권사에 불리하게 전환됐다"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증권사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