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팔리면 선착순 계약”… 강남 재건축 보류지도 인기 ‘시들’

정아름 기자|2023/11/02 15:34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아파트) 전경. /네이버 로드뷰 캡쳐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다시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보류지도 인기가 주춤해졌다. 보류지 매각이 유찰될 경우 선착순 계약을 받겠다는 단지까지 등장했다.

보류지는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조합원 수 등이 달라질 것에 대비해 일반에 분양하지 않고 남겨둔 주택을 말한다.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은 오는 9~10일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총 19가구에 대해 보류지 입찰을 실시한다. 개포주공1단지를 헐고 새로 지은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는 총 6702가구의 매머드급 대단지로, 오는 11월 30일 입주 예정이다.
전용면적별 매각가구 수는 △59㎡ 18가구 △171 1가구 등이다. 전용 59㎡ 입찰 기준가는 22억~24억원, 전용 171㎡ 입찰 기준가는 60억원이다.

입찰 기준가가 신고가 수준으로 책정된데다 가구 수도 많아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용 59㎡의 경우 입찰 기준가가 기존에 거래됐던 분양권 최고가격(22억5403만원·8월 19일)보다 높게 책정됐다.

직거래를 제외한 전용 59㎡의 마지막 실거래가격은 20억원을 밑도는 가격(19억6000만원·21층)이었다. 매도 호가(집주인이 집을 팔기위하 부르는 가격)도 22억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

보류지 매각은 최저입찰가 이상 가격으로 입찰한 사람 가운데 최고가를 써낸 사람이 낙찰을 받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최고 입찰자가 계약을 하지 않으면 차순위, 3순위까지 계약 순서가 내려간다.

조합은 보류지가 유찰될 경우 남은 물량에 대해서는 선착순 분양도 실시한다. 서울 아파트 보류지에서 첫 매각부터 선착순 조건을 단 것은 이례적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고금리 영향으로 다시 주춤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류지 입찰 기준가가 시세보다 비싸다면 선착순으로 전환하더라도 보류지를 매입할 수요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