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동맹 美와 원자력협정 체결…中과는 “남중국해 긴장 완화 논의”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2023/11/19 11:19
지난 16일(현지시간) 원자력 협력에 관한 '123 협정'을 체결하고 있는 미국과 필리핀의 모습/AFP 연합뉴스
필리핀이 미국과 원자력 발전 기술 협력 등 동맹 관계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중국과는 남중국해 상에서의 긴장 완화를 모색하고 있다.

1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필리핀은 17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미국과 원자력 협력에 관한 '123 협정'을 체결했다. 이번 협정이 미국에서 의회 승인을 받게 될 경우 필리핀은 미국으로부터 원자력 기술과 관련 자재를 공급받게 된다.

이날 협정 체결식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소형 원자로 등 원자력 인프라 구축을 추진 중인 필리핀과 관련 설비·자재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123 협정은 미국의 원자력에너지법(AEA) 제123조에 따라 미국의 핵물질·기자재·기술을 사용하려는 국가와 미국 간에 그 사용조건과 절차를 명시한 원자력 협정이다. 미국과 필리핀은 협상 시작 1년 만에 체결했는데 이는 역대 가장 빠른 사례다.
화력 발전 의존도가 높은 필리핀은 비싼 전기 요금에 잦은 전력난으로 정전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원전 가동을 주장해 온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협정 체결식에 참석해 "2032년까지 원자력은 필리핀 '에너지 믹스'의 일부가 될 것"이라며 "동맹국 미국과 그 길을 함께 하게 돼 더욱 기쁘다. 원자력은 필리핀과 미국의 동맹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번 협정은 전임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과 달리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해 온 마르코스 대통령의 친미행보가 거둔 소기의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남중국해 문제로 특히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필리핀은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국과 남중국해 긴장 완화 방안을 모색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과 따로 만나 "남중국해의 긴장을 낮추기 위한 메커니즘을 마련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양국 간의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배타적 경제수역 일부 지역에서 "중국과 필리핀 어부들이 함께 그 해역에서 낚시를 하던 상황으로 돌아가자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자신과 시 주석 모두 지정학적 문제가 양국 관계의 결정적인 요소가 되어선 안된다는 데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필리핀은 최근 들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의 세컨드 토머스 암초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양측 정상이 따로 만나기 직전인 16일(현지시간)에도 필리핀 외교부는 세컨드 토마스 암초에 정박 중인 필리핀 해군 선박에 재보급 임무를 수행할 경우 사전 통지를 하라는 중국의 요청을 거절하며 "자국 영토에서의 재보급 임무에 대해 중국에 사전 통지할 필요가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