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RPS ①] 피할수 없는 길 ‘에너지 전환’

[석탄의 명예퇴직, 신재생E의 시대]
기후위기 속 친환경·저탄소 에너지 주목
전 세계 '넷제로' 태양광·풍력 확대 기조
한국, 신·재생E 보급 확대…RPS 제도 전면에
REC 공급부족에 REC 가격 고공행진

장예림 기자|2023/11/28 06:00
<편집자주> 우리나라 경제·산업을 뒷받침해 주던 석탄 화력발전 시대가 저물고 있다. 재난영화 속 기후위기가 실제 우리가 사는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를 촉발하는 주범인 '온실가스' 감축이 전 세계 최우선 미션이 됐다. 고조되는 위기의식 속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속도를 내고 있다. 발맞춰 신재생에너지 제도도 개편되고 있다. 아시아투데이는 2050 탄소중립 취지에 RPS 등 제도가 역행하는 문제, 발전사 RPS 이용 현황과 국민 비용 부담, 신재생에너지 제도가 나아가야 할 길을 집중 조명한다.

아시아투데이 장예림 기자 = '에너지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화석연료가 유발하는 기후위기 때문이다. 전 세계는 '탄소중립(넷제로, Net-zero)' 정책을 수립하고 전통적인 석탄·원자력 중심의 에너지를 친환경·저탄소 에너지 믹스로 전환하고 있다.

실제로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발생한 에너지 위기 영향으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의 전원 비중 전망이 상향 조정됐다.
재생에너지 용량은 2030년까지 STEP(현 정책 유지) 시나리오에 따르면 2.4배, NZE(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3배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 증가분의 95%는 태양광과 풍력이 차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석탄은 현재 전체 발전량의 36%를 차지하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2025년 재생에너지에 추월당할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나라 역시 올해 초 제10차 전력기본수급계획(전기본)을 확정하고,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믹스를 공개했다. 2036년까지 전원별 발전량 비중 전망을 보면 △원전 34.6% △신재생에너지 30.6% 등 순으로, 1~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NDC(온실가스감축목표)보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대폭 하락(8.6%포인트↓)했다. 동시에 RPS(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 의무공급 비율도 하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RPS 의무공급 비율 25%를 달성하는 시점은 2026년에서 2030년 이후로 미뤄졌다.

정권마다 에너지 정책 차이는 있지만,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공통 과제다. 기존 에너지 시스템을 신재생에너지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2002년 FIT 제도(발전차액제도)를 도입, 현재는 RPS 제도로 단계를 밟아 나가고 있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를 전력시장에 편입하기 위한 제도를 준비하고 있다.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정부 급전지시 등을 이행해야 하는데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들은 시장에 집계되지 않아 정부 통제 밖에 있다. 정부는 블랙아웃(대정전)을 막기 위해서라도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을 전력시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RPS 제도 전면에…국민·발전 공기업 부담↑
현재 채택 중인 RPS 제도는 일정 규모(500㎿) 이상의 발전사업자(공급의무자)에 총발전량 일정 비율(RPS 의무공급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올해 25개 공급의무자 가운데 8개 사가 한국수력원자력 등 공기업이다. 나머지는 민간 발전 기업들이다.

올해 RPS 의무공급 비율이 13%라면, 각 공급의무자는 다양한 의무이행 수단 중 자율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의무공급 비율을 달성해야 한다. 이 수단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가 조달된다. 이 수단에는 △자체건설 △고정가격계약 △현물시장 등이 있다.

하지만 REC 공급이 부족해지자 REC 가격이 고공행진 하면서 발전 공기업들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한 발전사는 수백억원 손실이 예상될 정도다. 더군다나 발전 공기업들은 한국전력 재무 위기 여파로 재무위험 기관으로 지정돼 신규 발전사업에 뛰어들기도 힘든 실정이다.

아시아투데이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박영순 의원실(더불어민주당)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발전6사 의무공급량은 7862만2702REC였지만, 실제 발급된 양은 6751만830REC였다. 또한 이들의 RPS 비용은 지난해 2조2835억원에서 올해 3조4175억원으로, 1조원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이같은 발전사 재무부담은 결국 국민들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발전사들이 지는 RPS이행 비용은 결국 전기요금에 포함되는 기후환경요금으로 보전한다. 전문가들은 발전 공기업들에 신규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REC 가격 상한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지나친 시장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발전 공기업들이 신사업을 하게 되면 REC 가격이 낮아지게 돼 있지만, 지금은 재무위험 기관으로 지정돼 있어 신규 사업 투자가 억제되고 있다. 정부에서 발전 공기업들이 미래 지향적인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할 수 있게 허용을 해준다면 REC 가격은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