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재판!] 지적장애인 16년간 노예처럼 부린 김치공장 사장 징역 3년 확정

준사기 및 횡령, 근로기준법·장애인복지법위반 등 혐의
"피해자 가족처럼 돌봐"…法 "일 시키려 데려온 것"

김임수 기자|2023/11/28 12:03
지적장애인을 16년간 노예처럼 부리고 임금을 착취한 70대 김치공장 사장에게 징역형이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은 피해자를 가족처럼 돌봐 근로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은 준사기 및 횡령, 근로기준법·장애인복지법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징역 3년과 함께 5년간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충북 영동군에서 김치공장을 운영하며 2005년 3월부터 2021년 9월까지 16년간 중증 지적장애가 있는 B 씨에게 일을 시키고 임금 2억1100여만원을 미지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7년 3월부터 2020년 9월까지 B씨 계좌로 입금된 국민연금 1621만원을 11회에 걸쳐 인출, 임의대로 쓴 혐의도 있다.
또 A씨는 2021년 4∼7월 아침 일찍 일어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B씨를 폭행하고 나체 상태로 공장 밖에 내보내는 등 학대를 한 혐의도 받는다.

앞선 1심 재판부는 "A씨는 16년 6개월에 걸쳐 피해자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했다. A씨가 경제적 이익을 위해 B씨로부터 빼앗은 자유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되돌려 줄 수 없다"며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에 A씨는 자신이 B씨를 가족처근로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A씨는 B씨가 다른 김치공장에서 노무를 제공하고 임금을 지급받은 사정을 알고 데려와 일을 시켰고, 직장건강보험에 가입시킨 점 등을 보면 근로관계가 성립한다"며 "B씨가 지적장애로 인해 사리분별 능력이 부족해 정상적으로 임금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할 것을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A씨가 초범이고 B씨를 위해 총 6000만원을 공탁하고 횡령액 상당인 1600여만원을 임급한 점에서 원심의 형이 다소 무겁다"며 징역 3년으로 감경했다. 대법원은 이런 2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 기각했다.